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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날

추은 날

by 승환

추은 날



나무는 그랬구나

찬바람이 불면

후드득, 후드득

새처럼 날개를 펴고 싶었지만

날지 못하고 잎들만 떨구었구나


깃털같은 잎들이 지고나서도

나무는 빈가지로 흔들거린다.


바람이 잦아들었고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나를 흔든다


따듯했던 기억이 없었더라면

아니, 기억이 사라졌다면

춥다는 느낌이 같이 사라졌을까?


굳이 나눌 필요 없는 말들

외롭다.

춥다.

살갗으로 전해지는 말들이

더 진실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나무처럼

흔들릴때에도

고양이는 햇볕을 등지고

가만히 웅크린다.


추은날에는 시간이 멈추고

생각들은 모두

정물이 된다.


나는 멀리 가지 않으려고

오늘 하루만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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