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새로운 경영권 강화 방법

#투자, #액손모빌, #의결권

by 케이엘

넷플릭스나 쿠팡에 가입하면 정기적으로 요금이 빠져나갑니다. 구글 유튜브나 클라우드도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매번 결제를 하게 하지 않고 자동결제로 처리합니다. 이것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현상유지되는 것에 대한 저항이 작고 새로운 결정과 변화에 피로를 느끼는 것을 이용한 마케팅 방법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업체들은 초기 일정기간 동안 무료에 가까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정기간 후 '자동'으로 과금이 시작되는 구조를 제공합니다. 물론 적극적인 사용자들은 역으로 무료기간만 사용하는 체리피킹이 가능하지만 업체들이 계속 이러한 마케팅 모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다수가 서비스를 일정기간 이상 유지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요즘 이러한 사람의 특성을 제품판매 마케팅이 아니라 경영권 강화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주목할만해 보입니다.


현대의 주식시장에서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 안건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갖지 않으며, 투표나 경영 참여에도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투표 절차가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참여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특성을 악용해 일부 기업 경영진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단 한 번 '동의'를 받는 것만으로, 이후 추가적인 복잡한 과정 없이 계속해서 회사 측이 제시하는 모든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를 유지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반복적으로 안건별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동의만으로 장기간 동안 회사 경영진이 의결권을 사실상 장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엑손모빌의 자동투표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제도는 개인투자자들이 복잡하고 번거로운 위임장 투표 절차 없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경영진이 추천하는 안건에 대해 자동으로 의결권이 행사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은 언제든지 가입을 취소하거나 개별 안건에 대해 직접 투표할 수 있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권리와 절차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없거나 매번 투표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는 회사 측에 우호적인 의결권이 장기간 유지되는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 자동투표 프로그램은 개인투자자들의 낮은 투표 참여율과 복잡한 절차에 대한 부담을 전제로 하여 경영진이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는 데 활용하는 전략적 수단이자, 회사 입장에서 보면 매우 효율적인 권력 공고화 방법입니다. 즉, 개인투자자들의 본래 자율적인 의사결정 참여를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경영진이 행동주의 투자자와 같은 경영 견제 세력을 제어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회사 경영진은 개인투자자들의 무관심과 참여 소극성을 이용해 한 번의 동의만으로 모든 의결권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는 ‘자동투표’ 방안을 도입함으로써 경영권 방어와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스스로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서기보다는 경영진 주도의 투표권 행사에 편입되도록 하는 방식이며, 주주 권리의 본질적인 의미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 지배구조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러한 엑손모빌의 자동투표 프로그램 도입 계획에 대해 2025년 9월 무조치 서한을 발송하며 허용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번 SEC의 승인은 비금융 상장기업의 자동투표 제도 도입에서 첫 사례로, 앞으로 다른 기업들이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도 열어주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엑손모빌은 의결권 행사가 부진한 개인투자자들의 권리를 회사 측 유리하게 결집시키면서, 탄소배출권 등 환경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맞서 보다 확고한 경영권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제도는 소액 개인투자자 의결권 활용과 경영진 권한 강화라는 복합적 의미를 지니며, 회사와 주주 간 권력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