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의 《단순 생활자》(도서출판 열림원, 2023)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형용사 '단순하다'는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외곬으로 순진하고 어수룩하다'라고 설명한다. 유의어도 여럿이다. 단조롭다, 단일하다, 간단하다, 순진하다, 어수룩하다, 담백하다, 순진하다 등이 있다. 앞에 네 개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뒤에 둘은 좋은 의미로 쓰인다. 《단순 생활자》는 전자보다는 후자다. 황보름이 그렇다.
서른 초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책을 내기도 전에 전업작가로 뛰어들어 작가처럼 살았다. 작가처럼 살다 보니 정말 작가가 되었다. 주로 읽고 썼으며, 자주 걸었다. 혼자서 누구보다 잘 노는 사람으로, 단순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평온함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그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일상의 키워드는 읽고 쓰고 걷기다.
이백스물다섯 쪽에 녹여진 스물다섯 가지 이야기도 결국은 이 세 가지로 모아지고 결론은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이야기한다. 즉 글을 쓰기 위한 나의 마음 읽기, 마음 먹기, 마음 쓰기다.
20대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 보름은 '글쓰기는 철저히 혼자가 되는 일'이라고 한다. "내가 쓴 문장, 내가 쓰고 싶은 문장들이 종일 내 주위를 뱅뱅 맴돌았다"는 그녀는 천상 글쟁이이자 명랑한 집순이다. 자주하는 멍때리기 할 때에는 얼마 전 읽은 이야기, 본 이야기가 나만의 편집본 형태로 수시로 플레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이야기를 즐기는 건 , 그녀의 오랜 습관이자 유희라고 했다. 소설 쓰기도 이러한 유희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그녀가 마음을 읽는 과정이다.
그녀는 억지로 쓰지 않는다. 글을 쓰며, 글 쓰는 삶엔 흐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글을 쓸 때 너무 많이 애쓰지 않도록, 나를 글쓰기의 흐름 속에 부드럽게 밀어 넣는 요령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밥을 먹을 때마다 먹기 싫어 힘들어하지 않듯, 글을 쓸 때도 쓰기 싫어 힘들어하지 않은 상태로 나를 끌어올리는 것. 바로 이런 상태를 위해 작가들은 산책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연필을 깎는다, 편안한 마음으로 글쓰기 무드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말이다. 자연스럽게 글쓰기라는 마음이 먹어지도록.
하지만 그녀는 잘 쓰기 위해서 무척 마을을 쓴다. 글을 쓰는 일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홀로 앉아 문장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바라보다 고치고 바라보다 고쳤다. 고치면 고칠수록 문장은 나아진다는 걸 배워갔다. 그렇다고 영원히 고치고만 있을 수 없기에 적당한 때 만족해야 한다는 것도 알아갔다. 의자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거북목을 한 채 문장을 고치다 보면 글쓰기는 재능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좋았다는 그녀는 글 쓰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보다는 누가 누가 오래 참나의 문제였다. 누가 한 번 더 고칠 것이냐, 누가 이 지루한 고행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냐, 누가 혼자 있는 고독을 끝내 견뎌낼 것이냐의 문제"라고.
이 책에는 그녀가 오늘이 있기까지 어떻게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어떻게 마음을 읽고, 어떤 과정으로 마음을 먹고 나서 어떻게 마음을 쓰는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황보름처럼 단순한 글쓰기 생활 루틴이 필요하다.
그나저나 단순한 생활도 좋지만 올해에는 나의 일촌도, 심플리스트 황보름도 서로에게 시너지를 가져다주는 소울메이트를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