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퇴직 무렵 공직자에게 주는 자기 성찰의 시간

《내 인생의 포인트 찾기》〈제01화, 공직노병의 마지막 피정, 공로연수〉

by 샤인


231223처마고드름1.jpg 사골집의 고드름/ 2024년 2월 어느 날




막상 공로연수에 들어가려니 허투루 보이던 기사가 신경이 쓰인다.


“2022년부터 충남도 공로연수 폐지…‘무노동 무임금’ 위배 불식”(연합뉴스, 2020.6.25.), “충남 공무원노조, 공로연수 변경·폐지 방침에 반발”(KBS 대전, 2020.6.29.), “‘승진잔치’로 악용되는 공로연수 안 된다.” 한라일보, 2020.8.21.), “서민은 생계 막막한데… 공무원은 ‘묻지 마’ 공로연수”(세계일보, 2020.5.4.), “‘안방 근무’ 공로연수 폐지가 답 아닌가"(2020.6.30., 동양일보).


2020년 언론에서 거론한 공로연수에 관한 기사다, 아마 충남도에서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공로연수를 제외하여 논란이 일자 폐지계획을 발표하면서 관심 사항으로 부각이 되어서다.


기사 내용과 같이 공로연수가 제삼자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투성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의 관점에서 보면 아쉬움이 크다. 결론은 폐지보다는 획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물론 실행력을 담보하는 조건에서다.



KakaoTalk_20240116_091128044_02.jpg 대천해수욕장 석양



공로연수는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 4와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 2 및 제27조의 3, 행정안전부 예규 ‘지방공무원 인사 분야 통합지침’에 의거 정년퇴직 예정자의 사회 준비를 위한 연수로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공무원에 대한 교육 훈련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여 명하는 파견근무 성격의 제도다.


1990년 5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돼 1993년 6급 이하 공무원으로 확대됐다. 연수 대상은 20년 이상 근속자이면서 정년퇴직을 6개월에서 1년 남겨둔 공무원이다.


사회적응 할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출발했다. 공로 연수제가 당초에 취지와는 달리 지자체의 인사 적체 해소 수단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무렵부터다. 이때부터 지자체에서는 사실상 의무제도로 자리 잡았다.


충남도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고위직 선배 공무원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로연수를 기피 또는 배제되면서 후배 공무원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운영기준의 문제다. 다 떠나갈 사람인데 누구는 붙잡고, 누구는 내쫓는 격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붙잡히는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기분이 좋을 리 없다.




20221106_163307_HDR.jpg 대천해수욕장 오후



지방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하여 임명되어 시도와 시·군·구에서 공무에 종사한다. 말단 읍·면·동에서부터 사업소와 직속 기관, 시·군·구청과 시·도청, 때에 따라서는 중앙부처에 파견근무도 한다. 고질 민원을 접하는 기피 부서가 있고, 서로 가기를 원하는 지원 부서도 있다.


경력이 쌓이면 봉급이 오르지만, 하위직 아직도 쥐꼬리다. 9급 1호봉의 월평균 보수는 봉급과 공통수당을 합해서 209만 원이다.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임금근로자 평균소득 297만 원보다 작은 것은 물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30여 년 전에는 어떠했겠는가? 박봉으로 시작해서 대부분은 공직에 대한 의지와 사명감으로 공직 생활을 해왔다. 위 기사를 보며 꼬박꼬박 ‘달걀’을 낳았더니 이제는 ‘노계’가 되었다고 둥지에서 내쫓기는 닭에 비유하면 지나칠까?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다.



카톨릭평회신문.jpg 손삼석 주교가 10일 울산 문수체육관에서 열린 가톨릭 공직가족 피정대회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부산 울산대리구 제공


가톨릭에는 일상생활을 벗어나 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하여 자신을 살피는 일을 피정(避靜)이라 한다. 공로연수는 바쁜 공직 생활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퇴직 무렵 공직자에게 주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공직 신분을 유지한 채로 가질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피정일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개인 중심의 연수프로그램 운영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수요자 맞춤형 집단유형의 획기적인 퇴직 준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외국의 사례나 기업의 사례를 파악해 보면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다.


관계부처와 지자체의 의지와 실행력의 문제다. 명칭도 공로연수보다는 공직 연착륙을 내포하는 근사한 이름으로 바꾸자. 공직 노병의 쓸쓸한 퇴임을 더 이상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20210406도사리로 재가한 절구통.jpg 도사리 절구통


필자는 2020년 7월부터 6개월간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공직 생활 35년 만에 마지막으로 주어지는 안식년 같은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맞이하는 공로연수라 공직과 단절된 느낌이 크다.


애초 마음먹기는 오랫동안 내조해 온 아내와 자주 못 가본 해외여행도 가보고, 전국 유람을 하면서 가보고 싶었던 곳을 다니겠노라고 생각했었다. 코로나가 모든 발목을 잡았다.


확진자가 감소했을 때는 가까운 도서관이라도 가서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그도 잠시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도서관도 폐쇄됐다. 주어진 시간을 마음먹은 대로 쓸 수가 없다.


공로연수로 예정되었던 ‘활기찬 미래 설계과정 교육’도 무기 연기됐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연로한 부모님 댁과 홀로 계신 장모님 댁을 가끔 오가는 것. 나머지 시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이 귀중한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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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 가지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먼저 신문 스크랩 정리다. 1997년 총무과에 근무하면서 필요에 따라 사무실에 배달된 신문을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가사나 사설 칼럼 등을 읽고 신문 스크랩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생활화되어 모은 스크랩이 두꺼운 바인더로 20여 개다. 재직 중에 틈틈이 분류하려 마음먹었으나, 바쁜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퇴직까지 왔다.


또 하나는 공직 35년을 마무리하기까지 변곡점(터닝 포인트)과 임계점(티핑 포인트)에 대한 기록을 한 권의 책에 담아볼 참이다. 일상 속의 피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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