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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비 Sep 09. 2023

쿠팡물류 고양센터 웰컴데이

쿠팡물류센터 도전기(2)


쿠팡고양센터는 서울과 고양시 경계선에 있다. 

김포에서 한시간 가량 달리더니 큰 건물 옥상에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대형버스 한대에 거의 사람들이 다 찼다. 생각보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 8시경..센터 옥상 건물에서 북한산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옥상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출입부터 검색보안이 철저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어렴풋이 눈치발로 대기실을 찾아갔더니 40여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다 나처럼 웰컴데이 참가자들이다.


웰컴데이?

한마디로 사전 체험행사다. 식사도 제공하고 일당 참가비도 준다고 했다.

쿠펀치라는 어플을 이용해 등록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한다.

그리고 비번을 부여받아 접속해 등록을 한다.


오전은 주로 동영상 시청.

그런데 동영상 내용이 내 나이또래 사람이 봐도 좀 촘스럽다.

'쿠팡없이 어떻게 살수 있을까?' 라는 자화자찬성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온다.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겐 쿠팡의 손가락 배달시스템이 참 편리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분들의  체험담과 소감이 영상에 흘러나온다.

그리고 임원진들 소개..용어들이 한결같이 영어위주다.

대표이사등의 인삿말이나 회사소개등이 영어로 진행되고 한글 자막이 깔린다.

아마 회의도 영어로 소통하는듯 하다. 글로벌 마인드라고 이해해야 할까? 그리 느낌이 개운치는 않다.


문제는 회사 프로그램이나 업무 소개프로그램의 동영상이 참 촌스럽고 질이 떨어진다는 거다.

나보고 만들라고 해도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을거다. 중고등학생에게 알바비를 주고 제작을 의뢰해도 그정도로 나오지는 않을것 같다. 그리고 학원강사 같은 사람이 나와서 쿠팡에서 사용하는 현장용어등에 대해 지루한 설명을 이어간다. 주변의 사람들 표정을 보니 각자 스마트폰 꺼내들어 딴짓한다.


이런 동영상으로 입사교육을?

그때는 쿠팡답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그것은 쿠팡답다는 느낌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경영진에게는 물류센터 신입사원은 언제든 충원이 가능한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교육 영상이 저렇게 허접하게 나오는 것도 그러한 인식의 반영이 아닐까?


점심시간이 되어 이동했다.

일반회사 구내식당과 별 다를바가 없다.

나야 워낙 입이 걸어서 음식을 안가리고 맛있게 먹는 타입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가져가게 한다.

아참 음료수도 싼던것 같다. 3백원이었던가? 자판기로 자유롭게 결재가 가능했다.


주변을 스쳐가는 기존 사원들 모습에 땀이 흠뻑 배어있다.

한여름 더위려니 했다. 

오후에 현장실습을 한다고 한다. 그전에 사물함에 핸드폰등을 넣어놓고 와야했다.


쿠팡은 핸드폰 작업장 지참이 금지된다. 아마도 실내영상 촬영등에 민감해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작업에 집중하기 위한 방도려니 했다.


내가 지원한 곳은 허브라 불리는 파트였다. 익숙한 말로 하자면 컨베이어 벨트로 운반된 물건을 모아서 상차직전의 상태로 분류적재해 보내는 곳이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가장 힘든 분야라한다. 덕분에 임금도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여기에다 오후조를 지원해서 수당이 더 붙는다. 명칭만 오후조다. 실재로는 야간근무조다. 그런데 왜 명칭을 오후조로 했을까?  아마도 심야작업을 한다는 것에대한 과도한 어감을 줄이려는 얄팍한 어휘선택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현장실습장에 들어서니 더운김이 훅 들어온다. 냉풍기인지 온풍기인지 헷갈리는 대형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아무리봐도 에어컨이 설치되기 힘든 구조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상자박스가 계속 들어온다. 그것을 내려서 상차 트럭에 실기위한 예비정리를 하는 일이다.


벨트 끝에는 탑차가 바로 연결되어 있다.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부지런히 물건을 쌓는다.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보는듯 하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실재로 종사자들은 이것을 테트리스 쌓기라고 은어로 부른다.


" 일 할만 하세요?"

"..."

기존 일을 하고있는 젊은 친구에게 말을 걸어봤더니 그저 무표정하게 고개만 끄덕인다.

한 두시간정도 지났을까?

"여러분들이 주간 야간 할것 없이 대체로 이런 일을 비슷한 환경에서 하신다고 보면 됩니다."

인솔자가 체험이 끝난뒤 설명를 덧붙인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 대기소 귀환.

동영상 몇개 더 시청하고 귀가버스에 올라타란다.


다시 오던 길 그대로...

그렇게 웰컴데이 하루가 지나갔다.


이정도 강도의 일쯤이야 그럭저럭 할만하겠구먼..

돌아오면서 들었던 생각...그 생각이 참 허망한 것이었음을 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야기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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