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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Sep 12. 2024

산티아고 대성당에 내 소원도 빌어줘

메이저 17 별

친구의 충고 씁니다. 사람이 끝맺음이 없답니다. 무르다고 합니다. 시작했으면 마침표를 찍어야 당연하답니다. 렇습니다. 맞습니다. 마지막, 끝이 있어야 합니다. 늘 끝이 없습니다. 시작은 했지만 중간에 흐려집니다. 그렇게 도전한 것들은 손가락을 다 꼽고도 다른 이의 손을 빌려야 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매사를 섬세하게 다듬습니다. 꼭 필요한 존재인데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맡은 일은 매끄럽게 잘합니다. 친한 사람과 조용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바로 나라는 사람입니다.


대척점에 S가 있습니다. 열정적이고 창조적입니다. 사진 촬영, 음악 연주, 자연 감상, 미술관, 영화나 공연 감상을 즐깁니다. 새로운 것을 찾아서 배웁니다. 빨리 습득하고 프로에 가까운 실력에 도달합니다. 그렇게 해낸 것이 열 가지가 넘습니다. 그런 그녀가 산티아고에 갑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욕구가 강한 그녀답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독립적인 그녀는 이번에도 툭 던집니다. 갔다 올게, 75 일 서울을 비울 거야. 그렇습니다. 동갑이지만 그녀는 빠르고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그런 그녀는 고등학 때부터 부러움을 샀습니다.


산티아고는 어떤 곳일까요? 다녀온 지인들은 말합니다.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무엇이 그녀들로 하여금 서로 손을 꼭 잡고 걷게 했을까요? 순례를 마친 그녀들은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긴 여정을 끝낸 성취는 자랑해도 될 것 같습니다만! 유서 깊은 건축물, 차갑고 맑은 공기, 노란 조개껍질 자랑은 참으로 시시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S가 순례를 마지고 온다면 색다른 얘기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기 때문입니다.


여유를 잃고 황폐해지는 직장생활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길을 나서는 그녀를 응원합니다. 그녀의 운명 여정수는 메이저 17, 별입니다. 별은 까만 하늘에 있는 하나의 점입니다. 그 점은 희미하지만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구름이 끼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구름이 걷히면 별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세상의 힘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별은 자신의 존재를 지키고 알리려 한다고 해석합니다. 별 카드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방향으로 끌고 가려하는 힘이 강합니다.


타로 카드를 읽어봅시다. 별은 신의 뜻, 진리, 이상을 의미합니다. 하늘은 정신 또는 영혼을 상징합니다. 이 카드를 가진 사람은 내면의 본질이 추구하는 방향이 뚜렷한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인생을 이렇게 살 것이다, 나의 방향은 이것이다 등 이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체의 여인은 진리, 무구함, 순결함을 나타냅니다. 발가벗고 춤을 추는 힌두 신화의 칼리 같습니다. 자유로운 상대를 나타냅니다. 주변의 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방향대로 삶을 삽니다. 자신의 의지를 강력하게 발현하고 이 세상을 이끌어가려고 합니다. 그녀도 그렇습니다.


산티아고에 가겠다는 느닷없는 통보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진중하게 생각해 봅니다. 같이 지내면 편안합니다. 친해지기 전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만만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먼저 전화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먼저 연락하면 무슨 일이 있는 줄 압니다. 늘 친구들 생각을 하지만 연락하는 일은 불편합니다. 미리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일은 무척 기쁩니다. 약속일을 기다리는 시간이 설렙니다. 먼저 다가오는 사람에게 친절히 대하고 고마워합니다.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찾아주는 사람에게는 감동을 받습니다. 타고나기를 꼼꼼하고 예민한 사람이라 혼자서 하는 일을 즐깁니다.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는 S. 그럼에도 잠시 주변의 짐들을 내려놓기로 니다. 인생의 새로운 판을 열기 위해 걷기로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걸 알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떠나기로 정했습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격언이나 명언 때문은 물론 아닙니다. 식적으로 밝힌 건 아니지만 지금은 꼭 여기를 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는 아니고 75 일!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예기치 못 경험을 할 것입니다. 배낭은 무겁고 몸을 짓누를 것입니다. 되돌아갈까 하는 고민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함께 걷는 즐거움이 가득한 순례길이 될 것입니다. 여자라서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터벅터벅 걷고 또 걸을 것입니다. 그 길 끝에는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녀 바라는 소원을 부려놓고 가벼워질 것입니다. 모든 것은 잘될 것입니다. 밝게 별처럼 흐르는 그녀의 걸음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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