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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Aug 08. 2024

그녀의 왕관은 무겁다

메이저 5 교황 카드

H는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드라마 방영된다면 시청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무난해 보이는 우리 삶도 그 속에는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이 있고 그로테스크하며 어둡고 깜깜한 풍경이 있음을 자신은 증명할 수 있다. 라마보다 한 막장 같은 일상을 그만뒀다는 H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잊히지 않는 여름이다.


H를 처음 알게 된 건 2012년 학교 도서관이다. 그녀와 내 아이는 같은 학교 동급생이었다. 우리는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친해졌다. 독서 취향은 극단적으로 달랐지만 시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김민정 박연준 시인을 최애 하는 사이였다. 그 시인들의 공통점은 아무것도 아닌 인간을 빛나고 순정하는 사람으로 그려준다는 것이다. 그 '순정'이라는 면에 우리는 통했다. 진솔하고 정직한 H를 만나는 기쁨으로 도서 봉사 날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H의 운명 여정수는 메이저 5, 교황 카드다. 정확히는 종교 교황이다. 그림을 보면 교황의 복장이다. 교황이 가지는 물건을 다 가지고 있다. 삼중홀, 교황의 왕관을 가지고 있다. 힘의 근원은 정신적이다. 외부적으로는 약해 보일 수 있으나 내면은 누구보다 강하다. 외부의 힘으로 그 신념을 파괴할 수 없다.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신념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카드다. 그림 속 열쇠는 삶의 비밀을 의미하고, 사제는 교황을 따르는 사람을 나타낸다.


H는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인 모습은 참으로 유쾌하고 밝은 사람이었다. 부조리한 면을 보면서 좌절하지 않은 것은 불평 불만하거나 짜증 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 뜻을 관철해 나가는 운명 여정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번 관계를 맺으면 신뢰를 주며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가는 성향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묵묵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라 더 힘들었을 것이다.


폭력의 흔적은 몸보다 마음에 남는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결코 가뭇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늘 발끝으로 서서 긴장한 채 동동거리며 사는 생활에서는 균형과 조화, 합의라는 단어는 통하지 않았다. 복잡한 퍼즐 맞추듯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았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살았다. 인생의 모든 면에서 문제에 부딪힌 H상황이나 여건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주인공으로 사는 마음 상태를 가졌기에 누구의 도움 없이 완벽하게 독립했다.


H는 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진심으로 애쓰는 사람이다. 오늘의 H는 몸으로 하는 일, 감성과 직관으로 이뤄지는 일을 해보고 싶단다. 리지만 분명한 사람으로 살아가려 한단다. 최악을 피했으니 이제 자신의 삶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한다. 최선과 차선 사이에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삶을 살면 된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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