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리오 캐릭터즈, 스튜디오 지브리로 알아보는 캐릭터 세계관의 가치
앞선 글에서 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의 100주년을 맞아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의 가치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캐릭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캐릭터 하면 일본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해당 산업과 소비가 활발한 곳이죠. 최근 인기가 급증한 산리오의 캐릭터들과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파생된 캐릭터들의 사례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우선, 산리오 캐릭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산리오는 1960년에 설립된 야마나시 실크센터를 모태로 1973년에 (주)산리오 로 회사명을 변경하였고, 제일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인 헬로키티 캐릭터가 1974년에 개발되었습니다. 이후 리틀트윈스타즈, 마이멜로디&쿠로미, 폼폼푸린, 시나모롤, 포차코. 케로케로케로피, 구데타마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차례로 선보였습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어그레츠코 캐릭터(애니메이션 제목은 ‘어그레시브 레츠코’ 입니다.)도 추가되어 있고요. 여자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헬로키티를 모를 수가 없을 만큼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아 온 캐릭터는 물론, 최근에는 원래 주인공격(?)으로 개발되었던 마이멜로디의 라이벌 캐릭터인 쿠로미 캐릭터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쿠로미가 갑자기 인기가 치솟는 덕분에 산리오 캐릭터 전체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졌고, 최근에는 폼폼푸린과 시나모롤, 포차코, 케로케로캐로피까지 여기저기 제휴 프로모션으로 묶여 많은 굿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앞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원래는 서브캐릭터로 개발된 ‘쿠로미’가 현재의 산리오 캐릭터즈의 인기에 큰 지분을 차지한다는 점인데요. 실은 산리오의 많은 캐릭터들은 그 캐릭터 혼자만이 존재하지 않고 가족, 친구들로 엮인 많은 캐릭터들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여있다는 점입니다. 헬로키티가 워낙 독보적인 인기를 갖고 있기에 헬로키티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키티의 성이 ‘화이트’라는 것도 나중에 찾아보고 알았습니다.) 엄마, 아빠, 동생, 할아버지, 할머니, 남자친구,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헬로키티 세계관에서 파생된 캐릭터만 해도 17개나 되더라고요. 마이멜로디 또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라이벌인 쿠로미와 친구들까지 합치면 20개가 넘는 캐릭터가 개발되어 있습니다. 다른 캐릭터들도 비슷하게 가족이나 친구들이 엮여 있으며 단독으로 개발된 캐릭터는 없다는 점이 산리오 캐릭터들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 다음으로 지브리 캐릭터에 대해 언급히려 합니다. 아시다시피 스튜디오 지브리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을 다수 만든 역사 깊은 제작사입니다. 최근에는 일본 나고야시에 큰 규모의 지브리 테마파크를 개장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죠. 지브리 또한 오랜 세월 쌓아온 다양한 캐릭터 자산들이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웃집 토토로>의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의 고양이 지지, <센과 치히로>의 가오나시, <벼랑 위의 포뇨>의 물고기 포뇨 등 귀엽고 독특한 캐릭터 뿐만이 아니라 콘텐츠 IP 자체로도 굿즈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곳곳에 등장하는 작은 생물들(무생물일지도 모르지만)의 외양은 매우 귀여워서 주인공보다 그 캐릭터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주인공 자매가 이사간 집에 등장하는 쿠로스케(까만색 숯검뎅 벌레), <모노노케 히메>에서 어두운 숲속에 등장하는 코다마(발광하는 특성을 지닌 숲의 정령),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등장하는 와라와라(이세계에 사는 영혼들) 등이 그 예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잠실 롯데월드몰에 ‘코리코 카페’라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요. 여기는 <마녀배달부 키키>를 컨셉으로 만든 카페로, 원래는 연남동에서 운영하고 있었지만 최근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람이 많이 밀집하는 몰에 팝업을 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뿐만이 아니라 카페 메뉴도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퀄리티로 예쁘게 잘 구현해 내어 좋은 반응을 얻었죠.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걸쳐 인기를 끄는 캐릭터들에는 분명 그들만의 특징이 있었습니다. 산리오 처럼 메인 캐릭터 외에도 같은 세계관으로 묶인 다양한 서브 캐릭터를 한꺼번에 개발하여, 그 중 하나의 서브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이미 만들어진 다른 캐릭터들도 같이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지브리처럼 애니메이션마다 독특한 특색을 지닌 서브 캐릭터를 개발하거나, 캐릭터 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제목이나 IP 자체만으로도 굿즈를 판매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인지도와 신뢰도를 보유한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오랜 기간 동안 캐릭터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탄탄하게 다져놓았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공통점입니다. 인기 캐릭터들이 처음 인기를 끌 때는 비록 어떤 우연한 계기가 있을 순 있지만, 지속성을 가지려면 단일 캐릭터에 의존하기보다는 캐릭터간의 연결성, 세계관의 확장 등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