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하루의 시작도 괜찮아.
아침이 사라졌다.
눈을 떴을 때, 햇살은 이미 한낮의 빛이었다.
세상은 반나절 앞서가고 있었고,
나는 그 뒤를 느리게 따라가고 있었다.
시계를 보고 미간을 찡긋하며 옅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게으름과 해방감, 그리고 밀려오는 죄책감.
예전 같으면 한창 바쁘게 움직였을 텐데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다.
어디로 가야 할 의무도,
누군가를 만나야 할 의무도 없는 하루니까.
커피를 내리며 창문을 열었다.
바깥공기가 얼굴에 닿자 정신이 조금씩 맑아졌다.
거리는 조용했다.
이미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한산해진 거리였다.
나에게는 이제 막 시작된 하루.
아침을 놓치면 하루를 망친 것 같았다.
출근하고 맞이하는 주말에도 난 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 한다.
아침이 없어도 괜찮은 날이 있다는 걸.
조금 늦게 시작해도, 그게 내 리듬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걸.
오늘은 조금 늦게 시간 된 나의 하루를 그냥 두기로 했다.
서두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하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아침이 사라진 하루지만,
또 다른 시간이 날 기다리고 있다.
나만의 시계로 나를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