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따위 선이 뭐라고
그들의 이익에 의해 벌어진 전쟁, 그 후 그들의 이익에 의해 그어 놓은 선 하나. 그 선을 중심에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쪽의 두 이데올로기. 앞서간 사람들의 목숨과 현재의 우리가 청춘을 받쳐 지켜내야 하는 그 이데올로기조차 우리 것이 아닌 그들의 것. ‘남’과 ‘북’, 각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그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서로의 가장 순수한 형태로서의 인간적인 모습을 사랑하고 아꼈던 그들의 안타까운 최후. 어느 한쪽으로 자신을 규정하지 못하면 존재할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린 한반도.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의 아버지 또한 그들과 같았기에, 그 이데올로기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는 그녀의 따뜻한 위로의 시선. 마지막, 멈추어진 시간의 사진 속 영원히 함께할 그들의 아름다운 추억.
-박찬욱 감독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왓챠피디아 한 줄이 아닌 한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