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드컵예선전을 치른 축구국가대표 뉴스를 보다가 손흥민이 동료에게 했던 말한마디가 저를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상황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경기가 치뤄졌던 상암경기장은 공이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정도로 잔디상태가 나쁜 상태입니다. 경기를 시청하는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공이 불규칙하게 튀어서 선수들이 공을 컨트롤하는게 힘들어보였습니다. 훈련때에도 선수들에게서 이러한 불만이 나온것은 당연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손흥민의 반응입니다.
잔디가 안좋잖아? 그냥 좋다고 생각하면 돼
손흥민의 표정을 보아하니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입니다. 마지막에 멋쩍게 웃어서 분위기가 싸해지지는 않았지만 잘못들으면 장난하는건가 생각할 정도로 어이없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에서 작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평소에 사회 이곳저곳 구석구석 불평불만이 많은 제게 이 말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싯다르타'를 오랜만에 다시꺼내 읽어보는데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구절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싯다르타가 오랜친구 고빈다와 헤어지고 용기를 내서 홀로 독립해서 나아가기로 결심한 직후를 묘사하는 장면입니다.
본질적인 것이란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세계 너머 저편 피안에 있다고 생각한 싯다르타의 눈으로 볼 때에는 이 모든 것들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예전에는 이 모든 것들이 불신의 눈으로 관찰되었으며, 철저한 사유에 의하여 무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깨달음을 얻어 자유로워진 그의 눈은 차안의 세계에 머무르게 되었으니, 그는 가시적인 것을 보고 인식하였으며, 이 세상에서 고향을 찾았으며,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피안의 세계를 목표로 삼지 않았다. 이처럼 무엇인가를 추구함이 없이, 이처럼 단순소박하게, 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바라보니, 이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달과 별들도 아름다웠고, 시냇물과 강 기슭, 숲과 바위, 염소와 황금풍뎅이, 꽃과 나비도 아름답게 보였다. 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이처럼 미몽에서 깨어나서, 이처럼 주변의 가까운 사물에 마음의 문을 연 채로, 이처럼 아무 불신감도 없이 이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는 것은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최근에 새롭게 생긴 불만을 소개합니다. 거리에 있는 가로수들을 살펴보면 쓸데없이 불필요하게 가지치기해버린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가지 중간을 싹둑 잘라버려 아래 사진들처럼 원래의 자연스러운 나무가지 모양 대신 어딘가 어색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이래야 더 잘자란다, 더 예쁘게 자란다"라고 하는데요. 정말 과연 그럴까요? 자연 그대로 내버려두면 정말 잘 못자라고 덜 예쁘게 자라는걸까요?
아래 사진들은 공무원들이 모두 애써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업한 결과입니다. 쓸데없이 불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습니다.
이럴 때 손흥민의 말을 되새겨봅니다. 싯다르타의 저 구절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바라보면 온갖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이렇게 인간이 억지로 부자연스럽게 만들어버린 모습들도, 손흥민의 말처럼 좋다고 생각하는게 가능할까요? 마치 울퉁불퉁한 축구장 잔디처럼 반신불구처럼 되어버린 저 가로수들을 저는 손흥민처럼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을까요?
어렵겠지만 노력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