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희 Jun 24. 2019

[하루-한편] 한 번에 하나만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6월 24일 월요일, 60번째 글


여러분은 한 번에 하나만 하시나요? 가령 식사를 하실 때는 눈앞의 음식에 집중한다거나, 사람과 만났을 때 그 사람의 대화에만 집중한다거나. 이 외에도 삶의 매 순간에 당장 내 눈앞에 놓인 바로 그 일만을 하신다면 참말이지 대단하신 겁니다. 아니라구요? 그도 그럴 게 멀티태스킹이라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게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인지라 한 번에 하나만 하는 건 답답하게 여겨지지요. 그러나 요즈음의 세태가 마냥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한 번에 여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한다.'는 태도가 한정된 시간에 효율을 극대화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제각기 성과를 따지고 보면 하나에만 집중했을 때보다 썩 훌륭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직장인들이야말로 멀티태스킹의 화신이 되어야하지요.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 인류사를 통틀어봐도 바로 '지금'이 그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변화에 발맞춰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게 분주히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니 이 일도 해야 하는데 저 일도 해야 하고, 아참, 그 일도 해야 합니다. 쫓기듯이 일을 끝내면 또 다른 일을 해야 하고, 쉴 틈이 없습니다. 저처럼(?) 여유가 넘치는 경우는 예외적이죠. 직장인과 학생, 청년과 중년, 노년 등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바쁩니다. 왜들 그렇게 바쁜지, 그 이유를 자세히는 몰라도 아무튼 바쁘게 지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같은 24시간이라도 보다 많이, 더욱 충실하게 보내려 합니다.


충실한 삶을 보내려는 게 무슨 잘못이겠습니까만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게 과연 충실한 것일까요? 간단한 일이라면 못할 것도 없죠. 빨래를 걷으면서 TV도 보고 전화도 받을 수는 있곘죠. 밥을 먹으면서 TV를 보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내가 지금 밥을 코로 넘기는지 입으로 넘기는지 헷갈릴 때도 있죠. 먹어야 하니까 먹는 거고, 먹으면서 심심하거나 아니면 먹기만 하면 시간 낭비 같으니 뭐라도 하나 더 보는 건데, 식사가 썩 즐겁진 않을 듯 합니다. 아무리 간단한 식사라도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게 충실한 삶에 가까워 보입니다. '충실하다.' 혹은 '아니다.'를 나누기 어렵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스마트폰이 문제라는 건 아닙니다. 무엇을 하다가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빼앗기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스마트폰을 만악의 근원이라 여기게 되지만, 무엇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건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합니다. 딱히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눈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지 않는 순간이 얼마나 많나요. 물론 그놈의 스마트폰이 하도 재미나다 보니, 자주 들여다보는 건 사실이긴 합니다만. 그게 아니더라도 의식이 몸을 떠나서 아스트랄계를 유영하고 있을 때도 있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한 번에 하나만, 주어진 일에 집중하다보면 일상의 의미도 남다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똑같아 보여도, 정말 같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 순간마다 새로울 수 있습니다. 감각을 예리하게 다듬다 보면, 충실함은 절로 찾아오는 게 아닐까요? 시도해보는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좀 못해도 어떻습니까.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작했는데, 당연히 처음에는 잘 못할 수도 있는 거죠. 그래도 좋습니다.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겠죠.



작가의 이전글 [하루-한편] 무기력의 한복판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