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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Jul 01. 2019

[하루한편] 집중해야할 때.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7월 1일 월요일, 64번째


무언가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물며 집중을 몇십 분, 심지어는 몇 시간이고 이어나간다는 건 초인의 영역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하기 싫은 일이라면 단 몇 분, 몇 초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머릿속이 잡다한 생각들로 가득 차기 일쑤지요. 스마트폰이라도 들여다볼 짬이 나면, 슬그머니 눈동자만 굴려서 액정 너머의 세계로 도피하기도 합니다. 흥미가 생기지 않은 강의를 들을 때 종종 그랬습니다. 나중엔 학점을 챙기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교수님의 말을 메모하느라 도통 그럴 짬이 나지 않았지만, 그때도 강의 내용에 집중을 했다기보다는 받아 적기에 열심이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죠. 그래도 그 정도면 나름대로 강의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애당초 집중이라는 게 뭘까요.


집중의 의미를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집중은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됩니다. '한 곳을 중심으로 하여 모임. 또는 그렇게 모음.' 혹은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 부음'. 소위 '집중력'에서 '집중'도 후자를 뜻하는 것일 텐데 이렇게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보니, 감히 집중한다 말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는다고? 어떤 사람이 '나, 지금 이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어!'(이렇게 뻔하게 말할 사람도 없겠지만요)라고 쉽사리 말할 수나 있을까요? 단어를 엄밀하게 따지다 보면 입도 뻥긋하지 못하니, 적당히 집중력에 대한 타박은 이쯤에서 멈춰야겠습니다. 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지요.


집중을 한다는 게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라는 건 이해했지만, 집중력의 실체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우리가 흔히 '저 사람, 참 집중력이 좋아.'라고 했을 때 그 '집중력'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행동을 이어나가는 지구력인가요? 단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다고 작업에 집중한다 말하긴 어려우니, 지구력도 아닌 것 같고. 사고의 방향을 자신이 의도한 흐름으로 일정하게 이어나가는 노력? '모든 힘을 쏟는다'고 했으니 앞서 말한 두 가지 다? 아, 그렇기는 하겠군요. 그러나 생명활동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까지 쏟아부을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럴 수도 없을 테니 당연히 농담입니다. 하여간 의식 선에서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을 총체적으로투입하는 것이 '집중력'이겠군요. 이래도 마뜩지 않습니다. 이 기준에 부합하기도 어렵잖아요!


여기까지 늘어놓고 보니, 집중은 원래 어려운 일이었구나 싶습니다. 휴, 다행입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집중력이 그렇게까지 떨어지는 편은 아니지만, 집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마 다른 분들도 그다지 집중하면서 무언가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척'한다기보다는, 적당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저도 좋아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가령 게임이라면 한참 빠져있었던 때는 몇 시간이고 내내 지치는 일 없이 했었던 걸 봐선 집중을 못한다기보다, 그저 하기 싫은 일이라면 그저 피하고 싶다 보니 미루고 미룬 후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순간이 아니면 집중을 못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몰릴 데로 몰려서 어쩔 수 없이 집중해야 하는 것보다는, 일단 자질구레한 일은 다 치워둔 후에 눈 딱 감고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할 일과 마주하는 편이 낫겠죠. 집중을 할 수 있느냐는 둘째 치더라도, 해야 할 일이 해야 할 일인 이유는 해야 하기 때문이니까요. 누가 대신해주지도 않을 거고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아니니까요. 그럼 이 글을 마무리하고 서둘러 '집중'해보러 가겠습니다. 여러분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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