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9일 토요일(597일째, D+881)
1.
운동에서 가장 조심해야하는 것은 첫째도 부상, 둘째도 부상이다. 일단 부상이 있으면 그 순간 고통스러운 건 물론이고, 얼마간 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설사 할 수 있더라도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걸 감수해야하고 회복되고 나서도 재발할 수 있으며 평생 이어지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아예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상은 반드시 피해야하는 사고지만, 안타깝게도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2년 넘게 크로스핏을 해오면서 큰 부상을 당하진 않았지만, 작년 말에 바벨을 들다가 오른쪽 손목을 한 번 꺾인 적이 있고 최근에도 왼쪽 손목이 꺾이면서 부상 없이 운동을 해오고 있었던 나날들에 영원히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바벨 운동을 자주 하는 크로스핏의 특징상, 손목을 다친 건 무척 뼈아프게 다가왔다. 억지로 고통을 참고 운동을 해도, 내가 원하는 수행능력이 나오질 않으니 스트레스를 받고 그렇다고 아예 운동을 쉬자니 그건 또 싫고,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이다. 최대한 빠르게 나으려면 아예 손목을 쓰지 않는게 제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서도.
2.
그러던 중, 휴식만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운동을 하기 위해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라, 설령 휴식을 취하고 내 손목이 낫는다고 할지라도, 내가 부상을 유발하는 자세로 운동을 지속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부상을 당할 것이다. 그러면 그 때 또 쉴 것인가? 어차피 또 다칠 텐데? 그러면 아예 부상을 최대한 방지하는 방향으로 바꿔야할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오늘 운동에서도 어김없이 손목이 나갈뻔 했기 때문인데 오늘 운동은 다음과 같았다.
WOD "Uplift"
Team of 2
For time : 35:11
10 Power Clean 225lbs → 185lbs
1,800m Run
273 Double under
82 Bar Over Burpee
55 Dead lift
130 WBS 20lbs
문제가 된 동작은 Power Clean, 그러니까 역도의 용상 동작이다. 용상은 Clean 과 Jerk 두 가지로 이루어져있는데, Clean은 바벨을 자신의 어깨 높이 까지 들어올리는 동작을 말한다. 이 때 바벨을 팔힘으로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다리 힘을 이용해서 내 어깨에 올려놓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손목이 꺾이게 된다는 점이다.
손목이 꺾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손목으로 바벨을 들어올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목은 어디까지나 바벨이 나아가는 방향을 잡아주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이지, 그걸로 바벨의 무게를 받으려고 하면 나처럼 손목이 꺾이는 것이다. 머리로는 바벨을 최대한 몸에 가깝게 붙여서 일직선상으로 들어올리고, 바벨을 축으로 내 손목과 팔꿈치가 회전해서 어깨로 받친다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지만, 내 몸은 그러질 못했나 보다.
매번 손목이 축이 되어, 바벨을 받쳐내다보니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내 손목에 가해지는 부하가 심해진 것이다. 그러니 무게 욕심을 낼 때마다 내 손목은 비명을 내질렀던 것이고, 운좋게 지금까지는 손목에 큰 부상이 없었더라도 내가 힘이 빠졌을 때 어김없이 손목으로 받으려다가 손목이 부상을 당하는 사단이 난 것이다.
오늘도 괜히 욕심을 내서 225파운드를 들어보겠답시고 무리하다가, 아주 혼쭐이 났다. 손목이 짓눌려서 눈앞에 하얗게 변하고 나니, 아, 이대로는 정말 안 되겠구나 싶었다. 무게도 낮추고, 같이 운동을 하는 동생의 도움을 받아 파워 클린을 끝내고 나머지 동작들은 손목을 쓸 일이 없으니 어찌저찌 완주를 해냈다.
3.
그렇게 와드를 끝내고 난 다음, 내 동작을 일일이 스마트폰으로 찍어가면서 빈 바벨로 손목이 최대한 아프지 않은 동작을 연구했다. 크로스핏을 오래 하신 회원 님의 조언에 따라서, 이렇게 저렇게 동작을 바꿔보며 어떻게든 손목이 덜 아프게끔 연습을 이어나갔다. 이게 한 두시간 연습한다고 바로 될 일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해나가야할 텐데, 문득 처음부터 제대로 된 자세로 할 걸 그랬나 후회가 되기도 했다.
요령을 피워가며 크로스핏을 하진 않았지만, 무게 욕심을 내기보다 제대로 된 자세를 먼저 만들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이미 시간은 흘렀고, 후회해봐야 늦었으니 지금부터라도 자세를 바꿔야지 어쩌겠는가. 어쨌거나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면 역시나 운동은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클린 동작으로 돌아가보자. 우리가 흔히 무거운 걸 들기 위해선 팔힘에 많은 부분 의존하지만, 우리의 팔은 생각보다 강하지도 않고 역도 동작은 특히 전신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팔에 너무 많은 힘을 주게 될 경우 다리나 다른 부분의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바벨을 꽉 쥐는 게 아니라, 그냥 들어준다는 느낌만 가지되 어깨높이까지 올렸을 때는 재빠르게 팔꿈치를 밀어넣고 지지해주는 정도로 활용해야한다.
이것도 써놓고 보니 말은 참 쉬운데, 지금부터라도 자세를 바꿔야 앞으로 부상 없이 운동을 할 수 있을 테니 어떻게든 해봐야지.
4.
오늘의 교훈
1. 무엇이든 제대로 된 자세로 수행해야 한다.
2. 힘만 준다고 능사가 아니다.
3. 기본부터 철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