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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Feb 22. 2022

느려도 정확하게

2022년 2월 21일 월요일(598일째, D+882)

1.

운동에는 지름길이 없다.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정석으로만 살겠는가. 때때로 요령을 피우고 싶고, 적당히 하자는 유혹에 빠질 때도 있다. 가령 자세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많은 횟수를 수행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던가, 무게를 올리는데 혈안이 된 경우를 꼽아볼 수 있겠다. 크로스핏에서는 더 나은 기록을 위해 제대로 된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된다.


크로스핏은 최대한 빠르게 끝내거나, 최대한 많이 하거나, 최대한 무겁게 하는 등 운동 전반에 경쟁의 요소가 깊게 관여하고 있다. 이게 자기 자신을 북돋기 위한, 동기 부여 수준에 그친다면 몹시 긍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를 넘어서 타인의 기록과 비교하게 되는 순간 건전하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경쟁심은 독이 되고 만다.

무겁게 하는 것이야 부상의 위험이 있어서 선뜻 욕심이 나지 않지만, 빨리 끝내고 많이 하는 것은 어떻게든 개수를 채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보니 정확한 동작을 수행하지도 않았는데 숫자를 채우기에 급급해진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운동이 되기야 하겠지만, 자기 자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제대로 된 운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기반성의 의미도 있는데, 오늘 했던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어나가보겠다.


2.


오늘의 와드는 다음과 같다.


WOD "MJ"


3 Rounds each round for tiem :


4:21 / 13:11 / 22:45


15-12-9



Shoulder to Overhead 115lbs

Bar facing Burpee



Rest 1:1 Between each round




크로스핏은 미국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보니, 모든 동작과 설명들이 영어로 쓰여있는데 그 의미가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종종 제대로 해석을 해놓고도 그 의미가 너무 초현실적이어서 내가 해석한 게 사실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이번 와드인 "MJ"는 바벨을 어깨에서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인 Shoulder to Overhaed와, 바벨과 내 몸이 수평인 상태에서 바벨을 넘는 버피인 Bar Facing Burpee를 각각 15회, 12회, 9회 수행하는 것을 1라운드로, 총 3라운드 간 진행하는 운동이다. 다만 매 라운드마다 직전 라운드를 수행하는 데에 걸린 시간만큼 쉴 수 있다.


이 운동을 처음 봤을 때는, 설마 저렇게 해서 3라운드나 하겠나 싶어서 내가 잘못 이해했나 한참 고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크로스핏에서 15회와 12회, 9회를 나눠서 수행하고 쉬는 시간을 가질 리가 없기 때문에 전체를 1라운드로 보는 게 틀림이 없었다. 그렇다면 버피 테스트와 바벨 운동 각각 도합 108회씩 수행해야 한다는 것인데 얼마나 힘들지 상상하니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운동을 수행하는 시간이 길수록 휴식시간도 길어지니 완전 개꿀(?) 와드가 아니냐 싶겠지만, 굉장한 오산이다. 이런 스타일의 와드에서 쉬는 시간을 주는 이유는 운동 자체가 무척 힘들다는 소리고, 만약 운동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면 본인의 역량을 오판하여 무거운 무게로 와드를 진행했거나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 빨리 끝냈다고 마냥 좋은 것이냐, 혹은 실력이 뛰어난 것이냐 하면 또 그렇지 않다. 이 글의 초반에서 이야기했듯이, 어쩌면 제대로 된 동작으로 운동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시간이 빨리 끝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바벨을 어깨높이에서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동작인 Shoulder to Overhead는 물론, 역도 동작인 용상과 인상 모두 바벨을 들어올린 상태에서 무릎이 완전히 펴져야만 제대로 된 동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무릎을 제대로 펴지 않은 상태에서 바벨을 내려놓을 경우 해당 동작을 수행 횟수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


운동을 하면 됐지 제대로 동작을 수행하는 게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단순히 자기만족일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과 경쟁이 이루어지는 크로스핏에서만큼은 기준의 문제를 쉬이 무시할 수 없다. 크로스핏은 '크로스핏 게임즈'라는 공식 대회는 물론 이곳저곳에서 대회를 주최한다. 이때,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기준으로 삼는 척도가 바로 '정확한 동작을 수행했는가'이다.



그저 갯수를 많이 채우는 게 목적이라면 엉망진창인 자세로 하면 된다. 하지만 크로스핏 뿐만이 아니라 모든 운동이 '그저 갯수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는 건강하고 더 나은 신체 능력을 가지기 위해 운동한다. 그런데 뭣하러 나쁜 자세로 갯수만 채우겠는가. 그건 정말 자기만족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다.


특히나 크로스핏에서는 종합적인 신체 능력 향상을 핵심으로 보는 만큼, 육체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에도 제대로 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지 보려는 의도도 있을것이다. 뭐, 그보다는 사실 경쟁이 중요하니 기준이 엄격한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단순 자기만족일 경우에도 문제가 되는데 어차피 제대로 된 동작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원래 의도했던 만큼의 운동 성과가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느리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튼 이렇게 길게 이야기했지만 오늘 내가 운동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동작을 수행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 있다. 이게 코치님이나 매니저님들이 자세를 티칭해줄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에는 결국 자기 자신이 감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해야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실력이 늘더라.


오늘 기록에 너무 욕심을 부려서 자칫 제대로 동작을 수행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4.

오늘의 결론


1. 천천히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

2. 남들이 보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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