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희 Feb 26. 2022

때로는 돌아가는 것도 답이다

2022년 2월 23일 수요일(600일째, D+884)

1.

3주 전에 무리해서 운동을 하다가 손목을 다쳤다. 헬스든 크로스핏이든, 특성상 무게 욕심을 내다가 왕왕 다치고는 하는데 내가 딱 그런 경우였다. 1RM, 딱 한 번밖에 들 수 없는 무게로 WOD를 하려다보니 의욕만 앞선 상태에서 어설픈 자세로 운동을 수행하다가 손목을 심하게 꺾이고 말았다. 결국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손목의 상태가 시원찮은 상태다.


그렇다보니, 2022년 크로스핏 게임즈를 며칠 밖에 남겨두지 않은 이 상황에서 바벨 동작을 수행하는 게 좀 부담스럽던 차였다. 코치님도 무리하지 말고 대체할만한 동작들을 추천해주신 터라, 오늘 운동도 어쩔 수 없이 스쿼트로 수행하게 되었다.


2.

오늘의 운동은 다음과 같다 - 이미 3일 전이라서 오늘도 더이상 아니지만-


WOD "Power Move"


3Rounds

6 Power Snatch → Front Squat 155lbs

9 Overhead Squat → Back Squat 155lbs

12 Box jump 30"


Directly into


3Rounds

6 Power Snatch → Front Squat 135lbs

9 Overhead Squat → Back Squat 135lbs

12 Box jump 24"



역도의 인상(Snatch) 동작을 프론트 스쿼트로, 그리고 오버헤드 스쿼트는 백 스쿼트로 바꾸어 수행했다. 스내치나 오버헤드 스쿼트과 비교했을 때 백 스쿼트나 프론트 스쿼트는 사용하는 근육도 조금씩 다르고, 신경써야할 부분도 차이가 있어서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어렵다. 어떻게 보면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그렇다고 프론트 스쿼트나 백 스쿼트가 마냥 쉬운 운동도 아니다.


결국 하체를 단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은 동일하므로, 열심히 스쿼트를 했다. 이렇게라도 운동을 해서 추후에 손목이 괜찮아지면 좀 더 운동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많은 순간 뜻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한다. 특히 나는 크로스핏을 하면서 그런 순간들을 자주 겪었다.


뭔가 여기서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힘들고 다 때려치고 싶고 그런 순간들. 후회가 남지 않기 위해서는 여기서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마음은 그걸 알고 있지만, 그 순간에는 육체의 고통이 모든 걸 압도한다. 이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 평소의 연습이다. 매일처럼 해왔기 때문에 한 번의 동작이라도 더 수행할 수 있다.


3.

그러므로 지금 당장 현실에 부닥쳤다고 멈추기보다 돌아가는 것도 답이 된다. 시간만 걸리는 것 같고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것 같아서 답답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당연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일도 있다. 내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해나간다면 언젠가 분명히 의미 있는 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야에도 이런 깨달음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크로스핏에만 국한된 느낌이다. 그래도 서서히 그 범위가 넓어지다보면 다른 것들에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4.

오늘의 깨달음.

1. 어쨌거나 꾸준히 할 것.

2. 대체 가능한 다른 것들을 연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느려도 정확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