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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16.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3.15

10. 금요일

드디어 금요일입니다. 오늘로 한 주도 끝을 향해가고, 3월도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2019년 1분기가 벌써 마무리되어 간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일정을 확인한다고 달력을 보기 전까지 금요일이라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금요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졸업과 함께 달라져버린 반응에 제가 백수가 되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금요일이 공강인 학기엔 목요일까지만 고생하면 그날 강의가 끝난 시점부터 3일을 내리 쉬는 셈이었으니, 금요일의 의미가 남달랐지요. 대학생 신분이 아닌 지금에야, 매일이 휴일이라 그런지 요일 감각 자체가 흐릿해져서 감사함은커녕, 그날이 무슨 요일인지도 잊고 사네요. 수시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데도, 어째선지 요일에 대한 건 잘 남지 않더군요.


대학생 때 말고도 금요일이 반가웠던 시절이 또 있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였지요. 금요일의 일과가 끝나면, 저녁식사를 마친 시점부터 주말이 끝나기 전까지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불완전한 자유였지만 그 찰나조차 군대에서는 소중했습니다. 당직을 서는 간부의 스타일과, 부대의 분위기에 따라 늦게까지 TV를 볼 수도 있었지요. 고작해야 주말에 TV를 더 볼 수 있는 게 뭐라고, 그게 그렇게 좋았는지. 사회에서야 늦게 TV를 보든, 그게 아니더라도 그 시간에 뭘 하든 온전히 제 마음에 달려있지만, 군대에서는 일과를 비롯해서 사소한 것들까지 하나하나 집단의 규율에 통제가 되니 사소하게나마 일탈이 허락되는 순간들이 남다르게 느껴지더군요.


글쎄요. 군대, 그리고 전역 후 학점 복구를 위해서 강의에 집중하던 시기를 제외하곤 금요일을 딱히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듯합니다. 요즘은 사어에 가깝지만, 불금이라는 표현도 낯설게 느껴졌지요. 도대체가 뭘 어찌해야 불타는(?) 밤을 보낼 수 있는지, 친구들과 함께 다음 날, 해 뜨는 걸 보기 전까지 게임을 하는 게 저만의 '불금'이었습니다. 그렇게 보내고 나면 주말 오전은 자느라고 통째로 날려버리는 셈이라 괜히 허탈하기도 했지만, 금요일이었기에 죄책감이 다소 덜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토요일 오후는 물론 일요일 새벽이 남아있으니까요.


지금도 그때와 금요일을 보내는 방식에 차이는 없지만 뭔가, 느낌이 다르단 말이죠. 오늘이 금요일이라 더 즐겁다! 같은, 감사한 마음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강렬한 무언가가 없어졌습니다. 벌써부터 늙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이를 먹기는 했는지, 점점 무뎌지는 느낌입니다. 제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건 아닐지, 스스로가 무감각해진 것을 깨달을 때는 이래도 되는 건지 괜히 가슴 한 편이 서늘해집니다. 살아있다는 지각조차 느껴지지 않고, 모든 게 너무 익숙해져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조바심이 납니다.


반성이 길게 이어지지 않아 문제일 뿐이죠. 이 새벽에 금요일을 떠나보내며 그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한국에서는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의 이름으로 좀 더 익숙한 Thanks God It's Friday(TGIF)라는 표현도 괜히 생긴 게 아니겠지요. 우리에겐 대상이 지닌 값어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종종 필요합니다. 신과 신에 대한 감사는 대상과 수단 중 하나일 뿐이지요. 신을 믿지 않더라도, 무언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오늘이 더 풍요롭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이건 제 자신에게 하고픈 말입니다. 오늘도 고생하셨고, 즐거운 금요일 밤이 되셨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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