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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23.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3.22

14. 청소

오늘은 모처럼 날씨가 맑아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그동안 미뤄뒀던 빨래도 처리하고, 간단하게라도 집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장 먼저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환기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세탁기를 가동해놓고서 방으로 돌아와 한 손에는 빗자루, 다른 한 손에는 쓰레받기를 들고서 바닥의 먼지와 머리카락을 쓸어 담았지요. 그러나 잠깐 다른 곳을 치우다 돌아서면 그 자리에 보란 듯이 머리카락과 먼지가 있는 걸 보고 잠깐 허탈해졌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일회용 클리너로 몇 번 바닥을 훔치다 이내 그만두었습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쓸고 닦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 곳곳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더러워질 테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마땅한 이미지가 없어서 항상 곤란함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도 청소는 하긴 해야 합니다. 빨래도 그렇고 마냥 쌓아두면 한구석을 차지하는 걸로 모자라 주변까지 더럽히니까요.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얼마간 빨래를 쌓아둬도 괜찮겠지만, 곧 다가올 여름처럼 습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는 옷 무더기를 방치해두었다가는 그 사이로 움튼 새 생명체를 목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혼자 살면 아무래도 빨래를 일정한 주기로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단 말이죠. 해야지 해야지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날씨가 좋거나 어쩌다가 결심이 서면 그제야 행동으로 옮깁니다. 그래도 집 청소는 틈날 때마다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괜히 많은 것 같아서 신경 쓰일 때도 있고, 최근엔 미세먼지가 심해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금방 지저분해지니까요.


더군다나 저는 청소하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청소를 끝내고 나면 어쩐지 뿌듯하지 않습니까?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이긴 해도, 방 한 구석에 소복이 쌓여있던 먼지나 머리카락 뭉치를 치우고 나면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생산적인(?) 활동을 했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한바탕 신나게 청소를 하고 땀을 뻘뻘 흘린 후 샤워를 했을 때의 그 쾌감도 말로는 다 형언하기 힘듭니다. 청소에 이어 샤워까지 끝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지는 게 참 좋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그제야 해치웠기 때문에 감격이 더욱더 강렬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군요.


하기사 청소를 매일매일 한다면 어쩐지 지칠 것도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직장을 다니시느라 정신이 없으셔서 집안일에 신경을 쓰기 힘드셨습니다. 그래서 고모님께서 매일 오셔서 청소는 물론 저와 제 남동생의 식사를 차려주곤 하셨습니다. 고모님이 늘 하시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째 청소를 했는데 하루만 지나면 지저분해지냐는 것이었습니다. 하기사 집이 작은 편도 아니었고, 고모님 혼자서 모든 걸 도맡아 청소하시기에는 버거우셨을 겁니다. 반나절을 청소해놓아도 다음 날이면 도로아미타불이니 원. 혼자 살기 시작하며 청소를 스스로 해보니, 그 어려움을 절실히 느껴지더군요. 이제라도 철 없던 어린 시절을 반성해봅니다.

 

무의미한 일이라 할 순 없지만, 청소만큼 무의미해 보이는 일도 없을 겁니다. 그런 걸 반복하다보면, 서서히 사람의 마음이 병들기 마련이죠. 나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 가령 저에게 있어서는 글을 쓰는 일조차도 매일 같이 하다보면 그 의미가 퇴색되고 구색 맞추기처럼 느껴질 때가 더러 있습니다. 마음을 좀 먹는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해오던 것들도 한 번쯤 색다르게 시도해보기도 해야하는 거겠죠. 일상을 기록하는 글인 '하루에 짧은 글 한 편'도 14일째를 맞이했습니다. 갈수록 업로드 시간이 늦어지는 것 같은데, 뭔가 지금이 딱 그 무의미함을 느끼는 시점인가 봅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보아야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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