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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26.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3.25

16. 시간

어제는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느라 미처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간신히 집에 돌아와 잠들어서 한참을 누워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밤 10시더군요. 거기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벌써 새벽 4시. 뭘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이 시간이란 믿기지가 않습니다. 제가 평소에도 잠이 많은 편이라, 한 번 기절하듯이 잠이 들면 10시간 정도는 너끈히 보내긴 하니까 특별한 경우는 아닙니다만, 허탈한 건 사실이지요.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생활패턴을 되돌리기는 해야 하니 글을 쓰면서 밤을 보내려 합니다. 에세이를 쓰는 데 짧으면 1시간, 길면 2시간. 쓰고자 마음먹은 뮤지컬과 식당 후기까지 쓰면 4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겠지요. 아마 점심 나절이 되어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시간이 너무 빠릅니다.

그렇다고 제가 글쓰기에 유난히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도 아닙니다. 문장을 다듬거나, 글의 구성과 메시지에 신경을 쓰다 보면 예상했던 시점을 넘기는 게 허다해서 그렇죠. 가령 영화 리뷰는 짧게 잡아도 4시간은 붙잡고 있어야 됩니다. 남에게 보일 만한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 시간이 소요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는 있죠. 글을 쓰는 목적이 조회수에 있진 않지만, 누군가 읽을 것 같지 않은 글에 이렇게까지 시간을 들이는지는 스스로도 의아할 때는 있으니까요. 푸념을 늘어놓고 싶은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 시간과 효율에 대한 이야기일 따름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들인 시간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기대하기 마련이니까요.


이건 노력과 보상의 문제이니, 이 글에선 다른 걸 이야기하겠습니다. 시간 그 자체입니다. 언제부턴가 시간이 유난히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군대를 끝낸 25살 무렵부터 그랬을 겁니다. 그때야 대학교를 다니던 중이었으니 그 날의 강의를 모두 듣나면 하기도 애매하기는 했었죠. 그렇게 그날 하루가 끝이 나고, 일주일, 어느새 학기가 마무리됩니다. 그러면 해도 반 정도 지난 시점이죠. 당장 대학교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보내는 시간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했다 싶어도 서너 시간은 지나있곤 했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청소도 하고 취업 준비도 하고 머릿속에 해야 할 것들은 떠오르는데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죠.


솔직히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취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게임을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채용 정보를 알아보거나, 자소서에 시간을 들이고 토익이나 한국사처럼 각종 시험과 자격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마땅합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시간이 부족하다 말하는 건 욕심이 과한 거곘죠.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껴지는 것도, 평소에 뭘하고 보내는지 고민 없이 대부분은 멍하니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인간이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단순히 느낌적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하단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하여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시간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정작 잘 쓴다는 게 무엇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따져보진 않았습니다. 스물 여덟이나 되었으니 이제는 좀 제대로 살아야할 것 같은데 여전히 잘 모르겠네요. 글이 어느정도 마무리되어가는 지금, 시계를 확인하니 5시 20분입니다. 대략 1시간 남짓 걸렸네요. 대체 이게 뭐라고 또 이렇게까지 붙잡고 있는지.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면서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해봐야 겠습니다. 모쪼록 25일이 아니라 26일 일자로 올려야할 듯 하지만, 저에겐 25일이기에 25일로 올려두고 또 다른 글에서 뵙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http://scienceon.hani.co.kr/15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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