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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27.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3.26

17. 커피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카페를 이용하시나요? 저 같은 경우는 혼자서 가기도 하지만, 사람을 만날 일이 있을 때는 어김없이 들르게 되더군요. 식사를 하고 나서 가든, 만나자마자 직행을 하든 카페에 자리 잡고 대화를 하죠. 각자 취향이 달라 사람마다 주문하는 음료야 제각각이지만, 저는 어느 카페를 가든 보통 아메리카노를 선택합니다. 지금 커피를 마셨다간 밤에 잠을 못 잘 것 같다 싶으면 캐모마일이나 페퍼민트 같이 차 음료를 마실 때도 있죠. 그래도 웬만하면 아메리카노를, 가급적이면 진하게 설탕이나 시럽 같은 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고 마십니다. 가끔씩 괜히 비쌀 뿐인 쓴 물이라고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요즘엔 얼추 그 맛을 알 것 같다는 기분입니다. 마냥 쓰기만 한 건 아니고, 뭔가 보리차처럼 구수하기도 하고 신맛이나 꽃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오늘 마신 커피빈의 아메리카노, 요새는 매장에서 마실 경우 머그컵에 담아주는 게 보통이죠.


제가 지금껏 글을 써오면서 여러 번 어렸을 때는 어땠다는 식의 이야기를 참 많이 해왔는데, 이 글에서 또 한 번 반복하려 합니다. 지금에야 아메리카노가 커피의 대명사처럼 불리지만, 초등학교 때만 해도 커피라고 하면 보통 믹스커피를 말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간단하게 종이컵에 뜨거운 물과 내용물을 붓기만 하면 맛난 커피가 완성이죠. 설탕과 믹스의 황금비율 덕에 달짝지근한 맛을 즐기기에도 좋고, 취향에 따라 양을 조절할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만인의 사랑을 받을만한 음료지요. 그마저도 당시의 제 입맛에는 너무 썼던지라 도대체 어른들은 왜 이런 걸 좋다고 마시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 문장을 쓰고 있자니, 2019.3.10에 쓴 술에 관한 글이 떠오르네요. 뭐든 세월이 지나면 바뀌긴 하나 봅니다.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커피를 마시게 되었으니까요.


수능을 한참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였는지, 아니면 대학에 들어와서부터였는지 어느 순간부터 커피의 쓴맛이 더 이상 싫지 않았습니다. 잠이 많다 보니 깨어있기 위해서는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 같은 각성제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에너지 드링크도 엄청 좋아해서 하루에 여섯 캔씩 마시기도 했습니다만, 그때야 어려서 가능했던 거고 지금은 그 단맛과 첨가제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니 어쩌다 한 번씩 마시지, 예전처럼 매일매일 마시진 못하겠더군요. 그런데 커피는 아닙니다. 아메리카노라면 하루에 두 잔, 많게는 세 잔씩도 마실 수 있습니다. 물론 그날 밤에 잠들기는 힘들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그 깨어있는 느낌이랄까, 카페인이 온몸에 도는 감각은 꽤나 즐거울 때가 있습니다.


다만 라테나, 프라푸치노 같이 설탕이 들어간 계열은 마셔본 적도 별로 없긴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 따로 찾지 않습니다. 아메리카노를 엄청 좋아한다기보단,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음료를 찾다 보니 선택지가 없어서 아메리카노만 마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 종류는 어쩌다 한 번씩 마시긴 하지만, 티백을 우려내는 거라 어쩐지 그 가격을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고요. 가만, 커피도 다른 건 없는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그래도 2500원이나 3000원 선에서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고, 몇몇 개인 카페의 경우 싼 가격에 의외로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줄 때도 있으니 차이가 있긴 하네요.


오늘도 학교 선배를 만날 일이 있어 카페에서 노닥거리다 왔는데, 카페가 우리의 일상에 이렇게까지 친근한 장소로 여겨지게 되었다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반경 1km 내에 카페만 서너 군데 정도 입점해있는 경우도 있고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선 스타벅스가 한 블록마다 있기도 하죠. 카페가 흔해졌다는 건 그 나름의 사회학적인 의미가 있을 테지만,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카페 수만큼이나 우리가 커피를 자주 찾는다는 이야기일 테고요. 내일도 어쩌면 아메리카노를 또 한 잔 마실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도 커피를 한 잔 하시면서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진 않으시나요? 내일 하루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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