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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29.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3.28

18. 운동

어제는 하루 종일 피곤했습니다. 병원에 들려야 해서 진료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꾸벅꾸벅 졸다가 어떻게든 버텨서 간신히 집에 돌아와 오후에 잠깐 눈만 붙이고 일어난다는 게 그만 그대로 기절하듯이 잠들어서 새벽 4시까지 잠들었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한 번 잠들면 보통 이렇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싶어서 검사를 받아볼까도 했지만 비용이 엄두가 안 나서 그러지도 못하고, 별 일 없겠거니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운동이라도 하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한참 운동을 다녔던 때도 있는데 요새는 그럴 체력도 의지도 없어서 홈트레이닝(?)이랍시고 팔굽혀펴기나 턱걸이, 맨몸스쿼트 같은 걸 매일은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간간이 하면서 운동하는 시늉은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몸매는 얼마나 운동을 하고, 식단 관리를 해야 하는 걸까요...? (출처 - Pixabay)


저 같은 경우는 좀 사랍답게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낮에는 깨어있고 활동하려고 해도 체력이 따라주질 않으니 그러려면 운동이라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이게 또 매일같이 하자니 그 자체로도 힘에 부친단 말이죠. 군대를 전역하고 난 직후에는 부대에서 운동을 틈틈이 했던 게 있어서 그래도 꽤 체력이 붙어있었습니다. 그걸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에 크로스핏도 신청하고서 한 달 남짓 열심히 다녔지만 정작 나머지 다섯 달은 아예 나가지도 않았고 그대로 쭉 운동과 담을 쌓고 지냈더니 이래저래 체력이 다시 떨어지더군요. 지금은 집에서 운동하는 척하며 현상 유지만 하고 있습니다.


남들만큼은 활동하고 싶어서 운동을 한다고 말하긴 했지만 몸이 좋아지고 싶다는 욕망도 꽤 있습니다. 뭔가 몸이 좋아진다고 하니까, 굉장히 두루뭉술한 느낌인데 이른바 식스팩이라든지 위 사진의 몸매 같이 근육의 윤곽이 뚜렷한 몸을 '좋은 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목적의 전부라면 시큰둥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바라는 건 수행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내 신체가 가진 능력을 잘 파악해서 최대한 써먹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외관은 부차적이지요. 구태여 보기 좋은 몸을 목표로 삼지 않더라도 자연히 따라온다고 믿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다 하더라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보태더라도 운동 그 자체는 괴로운 일에 가까우니까요. 근육이 만들어지는 과정만 해도 그렇습니다. 평소엔 멀쩡하던 근육을 혹사시켜서 세포를 찢고 재생하는 과정에서 더욱 단련되는 거니까요. 심폐지구력을 늘리려고 해도 호흡이 가파지는 순간까지 뛰고 또 뛰는 걸 하루도 아니고 매일 반복해야 늘지 않습니까. 뭐든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없다지만 운동을 통해서 신체 능력이 좋아진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어보입니다. 목적의식이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매일 헬스장을 나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그래도 오늘은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운동을 하게 되어 끝내고 보니 정말 개운하긴 했지만 운동을 하던 그 순간엔 너무 힘들어서 대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의자에 주저앉아 있자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더군요. 머리가 팽 도니까 뭘 하질 못해서 간신히 화장실에 다녀와서 토까지 하고 나니까 좀 살겠더라구요. 이렇게까지 몸을 혹사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래간만에 하는 운동이다보니 너무 의욕이 넘쳤나봅니다. 차라리 토하고 이럴 바에야 매일 같이 조금씩 늘려가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구요. 뭐든 넘치면 좋은 게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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