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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Apr 02.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4.1

21. 거짓말


4월 1일은 만우절입니다. 이미 다섯 시간이나 지났으니 벌써 끝나긴 했습니다. 어째 거짓말은 좀 하셨는지. 저는 일어나 보니 오후 5시였고 딱히 거짓말을 할만한 거리도 없어서 별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특별한 날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고 그래서 감흥도 없지만 그렇다고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정도까진 아닙니다. 만우절의 유래를 더 이상 고려하진 않지만, 우스꽝스러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것도 나름대로 유쾌한 일이지 않습니까. 평소에는 하기 힘들었거나 혹은 할 수 없던 말도 허락되는 날이니까요. 그렇다고 넘어서는 선까지 침범해선 안 되겠죠. 가령 대학교에 옛 교복을 입고 가는 정도는 괜찮겠죠. ……, 떠오르는 정말로 없군요. 뭐든 있겠죠?


개인을 넘어서 기업도 만우절을 마케팅 용도로 써먹기도 하죠. 농담이랍시고 대책도 없는 걸 들먹였다가는 수습하지 못해 문제가 되긴 하겠죠. 어디까지나 수용 가능한 선으로 하는 게 좋겠죠. 만우절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 거짓말로 넘어가 볼까 합니다. 만우절에 대해선 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거든요. 그 핵심인 거짓말이라면, 할 말이 좀 있습니다. 우리는 거짓말이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우절에만 허락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만우절의 유래는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기에 지금부터는 전적으로 제 억지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다, 정직해야한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습니다. 그렇기에 거짓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엄격하게 거짓말을 금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참아야 하는데, 애초부터 거짓말을 하고 싶다는 감정 자체가 문제시되지요. 따라서 만우절이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에 그런 것이겠죠. 금단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에는 언제나 일탈의 짜릿함이 존재하니까요. 하여간 다시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어째서 거짓말은 나쁜가 생각해보죠. 왜 그렇게들 거짓말을 하지 말라 하나요? 심지어 성경의 십계명에서도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 거짓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왜 문제인가요? 사실과 다른 말을 한다고 문제가 있기는 합니까? 


결국 거짓말이라는 걸 좀 더 구체화해야할 것 같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거짓은 '사실과 어긋난 것. 또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 삼는 건, 후자인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것일 겁니다. 나아가 그를 통해 누군가에겐 피해를 입히고, 자신은 이득을 취할 경우 거짓말은 명백히 악행이 되지요. 그래서인지 네이버 사전에서도 거짓의 유의어 중 하나로 사기를 들고 있는데 그렇다고 곧장 이 두 가지를 같은 단어로 묶어버리면 안 될 겁니다. 그래서 거짓말이나 거짓이 나쁘다 말하려면 거짓 그자체의 문제만을 거론하는 게 좀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않으면 괜찮다면 하얀 거짓말은 해도 되겠군요?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요?


좀 더 이야기를 뻗어나가면 좋겠지만, 분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글이었다면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좀 더 조심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모처럼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날인 만우절을 맞이한 만큼 거짓말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이야길 꺼내봤는데 막상 결론도 내지 못하고 글을 마무리해야하니 기분이 영 그렇긴 하군요. 거짓은 왜 나쁠까 그 연장에서 거짓말에 대해 생각해보자 정도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미 만우절도 끝났고 이제와서 꺼내봐야 늦긴 했군요. 모쪼록 즐거운 하루셨기를.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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