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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Apr 04.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4.3

23. 배달 음식


이 글은 일종의 푸념임을 먼저 밝힙니다. 올해로 저는 자취 4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그렇지만 직접 음식을 해먹은 적은 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학기 중에는 학생식당을 자주 이용했고 방학 때는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웠거든요. 직접 요리를 해볼 만도 했는데, 재료비와 들이는 시간과 수고를 따져보니 사 먹는 것에 비해 딱히 저렴할 것 같지도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끼니를 그렇게 해결하다 보면 근방의 음식점은 거진 다 먹어보게 되지요. 맛있는 곳도 있고, 평범한 곳도 있고, 맛없는 곳도 있는데 문제는 설령 아무리 맛있는 곳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질린다는 겁니다. 배달음식이 맛있어봐야 어차피 거기서 거기니까요. 치킨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데, 글쎄요. 


여러 가지 배달 어플리케이션이 난립하는 와중에서, 저는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고 있지요. (출처 -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


어제도 배달음식을 시켰습니다. 찜닭, 정확히는 코코뱅이었습니다. 새벽 6시쯤이었는데, 그 시간이면 평가가 괜찮은 곳들은 대부분 영업 종료를 하고, 24시간 내내 운영하는 곳이나 아침까지만 운영하는 곳들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죠. 사실 그 시간에 뭘 시켜먹는다는 행위부터가 음식점에도 민폐고 일반적인 시선에서 봐도 의아한 지경이지만, 저는 뭘 먹은 후에 자고 싶었고 기왕이면 집에 있는 라면이나 견과류가 아니라 좀 더 맛있는 걸 먹고 싶었습니다. 벌써 라면은 이틀 째 먹었거든요. 게다가 코코뱅이라니. 궁금하지 않습니까. 프랑스 요리라는 건 들어봤는데 먹어본 적은 없으니. 그래봐야 와인에 재운 닭이라지만, 배달음식에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호기심과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모험은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만을 남겼습니다. 코코뱅이 되었든 찜닭이 되었든 하여간 닭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정작 닭이 너무 적었거든요. 제가 당면을 좋아해서 일부러 당면을 두 종류나 추가하긴 했지만, 이거야 뭔, 찜닭이 아니라 찜면이라고 하는 게 좋을 지경이었습니다. 닭이 어찌나 살이 없던지, 뼈만 씹고 있자니 먹을 맛도 안나고, 식사 내내 차라리 이러면 내가 해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당면만 한가득 남아서 해치우느라 깨작거리고 있네요. 그래도 평범한 찜닭과 달리 매콤한 맛이 입맛을 당기긴 하는데, 소스를 먹겠다고 찜닭을 시킨 건 아니잖아요? 앞으로 그 집에서는 시켜먹을 일도 없을 테고, 따로 평을 남길 생각도 없지만 이렇게나마 글을 남겨봅니다.


하여간 배달음식이 이렇게 실망스러웠던 게 참으로 오랜만이기도 하고, 기왕 이렇게 된 거 글로 남겨보자 싶어서 오늘의 주제로 삼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요즘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는데, 그에 맞춰서 배달음식에 대한 논의도 점차 늘어나겠지요. 언제였더라, 많은 이들이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추세를 보이자 그로 인해 포장용기가 늘어나면서 그 처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던 것 같습니다. 지금 뉴스창에 검색해봐도 찾아볼 수 있구요. 남일처럼 이야기했지만, 당장 저만 해도 뜨끔합니다. 배달을 자주 이용하는 것도 있지만, 그 이후에 배달 용기를 처리하는 문제에 무감각함을 일관해왔으니까요.


당초의 목적은 "어제 시켜먹은 배달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였는데, 의외의 방향으로 빠져버렸네요. 뭐, 글이라는 게 원래 그러니까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다룰 수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배달음식은 이미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한복판에 들어와있고 추후 사회학이나 문화인류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겁니다. 그러나 그건 다른 이의 몫이고, 저는 저의 몫을 해야겠죠. 여러분도 좋아하는 배달음식이 하나 정도는 있으실 거고, 혹은 저 같이 배달음식으로 엄청나게 실망한 경험이나,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신 적도 있으실 겁니다. 오늘 이야기는 그런 일상의 경험을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뭐, 의도했던 대로 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요. 원래 글이 그런 거죠. 모쪼록 좋은 하루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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