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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Apr 07.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4.7

25. 군대


오늘의 주제는 딱히 꺼내고 싶지 않았던 소재 중 하나입니다. 바로 군대입니다. 제게는 남들보다 늦게 군대에 간 친구가 있는데, 외박을 끝내고 복귀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돌아가기 싫다며 투정을 부리더군요. 그 친구 스스로도 자신이 남들에 비하면 편한 군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부대에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다고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이해가 가더군요. 저도 군생활이 크게 힘들지 않았지만, 부대에 돌아갈 때마다 끔찍한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이제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떠올리기도 힘들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군생활은 제게 있어 가장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엄살이 심하다고요? 뭐든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죠.


사회라면 거들떠보지 않을 초코바도 훈련소에선 귀중한 물건이죠. 


대한민국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건 납득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되어있는 사항이고, 국민에겐 권리와 더불어 의무가 지워지지요. 또한 정전 협정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협정의 향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전히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니까요. 설령 북한이 아니더라도,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므로 무력 행사의 수단으로서 군대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현재 대한민국 군대의 문제는 징병제라는 점과 집단의 성격에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 모병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동시에 지금 당장은 몹시 힘들다는 점 또한 인정합니다. 그래서 징병제의 불가피함을 납득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생활과 외모, 복장 등 모든 것들이 통제되는 분위기는 수용하기 어려웠습니다. 통제 이상의, 사람을 옥죄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단순히 행동거지뿐만이 아니라 정치적 발언을 포함해 개인의 사상과 관련한 부분까지도 조심해야 한다니. 제가 의무 복무가 아닌, 자발적으로 부사관 혹은 장교로 군 복무를 수행했다면 아무리 싫더라도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하지만 실질적 권한이 없는 기간제 사병에게, 부사관-장교와 같은 '군인'이라는 이유로 의무의 무게마저 동등하게 지우려 한다면, 글쎄요, 저의는 알겠지만 의아할 따름이지요. 최근에 허용된 일반 사병의 핸드폰 사용과 관련해서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로 보안과 기강 해이를 문제 삼으면서요. 그러나 부사관이나 장교들이라고 그런 문제가 없었나요? 오히려 기밀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은 부사관과 장교일 텐데, 왜 그들의 핸드폰 사용은 되고, 사병은 문제가 될까요?

딱히 그들의 의식이 투철해서는 아닐 겁니다. 그만한 책임이 지워지기 때문에 권리에 대해서도 납득하는 거구요. 그러나 병사들에겐 그만한 권리는 없는데, 그들과 비슷한 정도의 책임이 지워집니다. 이제는 2년도 채 되지 않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1년이 넘는 시간을 통제받으며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면 조금 답답한 수준을 넘어서, 무언가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물론 문제 없이 지내는 분들도 있고, 유난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수가 있을 뿐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사람을 가려서 받을 사정이 아니라든지, 현실적으로 어렵다든지, 여러 이유를 들어가며 무작정 입대를 종용하다 더욱 큰 문제를 만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군생활을 바꾸자구요? 네, 바꿀 필요가 있죠. 그러나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늦은 나이에 군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를 보며, 잠시 군생활을 떠올려봤더니 그날의 끔찍함이 떠올라  지금 아니면 언제 쓰나 싶어서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벌써 글 한 편을 끝내놓고 지금까지도 조심스러운 건, 군무새라는 비아냥에 괜히 뜨끔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이 반복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자신이 겪지 않은 일에 대해 사람들이 퉁명스러운 거야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군무새 같은 말이 사람들에게 오르내리는 이유는 단지 그 뿐만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군생활은 여러모로 복잡미묘한 기억을 남기기 마련이고, 오늘은 그 기억의 편린을 풀어놓는 걸로 만족하겠습니다. 모쪼록 일요일 잘 마무리하시길. 그리고 부대에 복귀하는 친구도 잘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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