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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Apr 09.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4.9

27. 헤어스타일


오늘은 미용실에 갔습니다. 한 3달쯤 길렀는데 너무 덥수룩해진 것 같아서 슬슬 정리하는 게 좋겠더군요. 간단히 커트만 하려고 했는데, 워낙 심한 직모다 보니 옆머리가 뜨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기르면 지저분해 보여서 디자이너분의 추천대로 파마까지 했습니다. 커트에 파마까지 이래저래 1시간 넘게 시간이 걸렸는데 그사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며칠 주기로 머리를 정리할까,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파마를 굳이 해야 하나, 생긴 대로 살아도 되는 거 아닌가 등등. 스마트폰이라도 보고 있었으면 잡생각이 덜 들었을 텐데, 안경을 벗고 있느라 그러지도 못해서 더욱 심했나 봅니다. 오늘 글은 또 뭘 쓸지 고민했는데, 이래저래 따져보다가 헤어 스타일에 관해 써보자고 정했습니다.


저는 머리카락도 그렇고, 수염도 굉장히 빠르게 그리고 많이 자라는 편입니다. 어렸을 때는 수염이 안 나서 몰랐는데 20대가 지나고 보니 수염이 굉장히 덥수룩하게 나는 편이더군요. 이 글은 머리카락에 대한 글이니 수염은 다음번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여간 수염만큼 머리카락도 굉장히 빨리 자라는 편이라 두 달 정도면 덥수룩해집니다. 외모에 신경을 쓴다면 3주나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미용실을 방문하는 게 좋겠지만 저는 워낙 게으른 편이다 보니 세 달쯤 머리카락을 기르다가 너무 길어져서 불편하다 싶으면 그제야 미용실에 가곤 했죠. 파마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헤어 디자이너 분이 잘라주시면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서 군말 없이 있거나, 숱을 짧게 쳐달라고 요구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전역하고서 관리는 해야겠다 싶어서 처음으로 파마를 해봤습니다. 외적으로 변화가 있긴 한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파마를 한 게 훨씬 낫다니까 주기적으로 하고는 있습니다. 머리를 감고 나서 따로 제품을 바르지 않고 헤어드라이기로 대충 말리기만 해도 되니 편하더군요. 앞으로도 파마는 꾸준하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반면 아직까지 염색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머리색을 바꾼다고 그렇게 이미지가 달라지나 싶네요. 외모를 가꾸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도 해서 아예 생각해보지도 않았네요. 더욱이 벌써 20대 후반이다 보니 굳이 이제 와서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해보고 싶으면 그때 가서 하기는 하겠죠.


그렇다 보니 헤어 스타일만 가지고는 할 얘기가 마땅히 없습니다. 다만 이런 건 재미있더군요. 유행은 시대에 따라 바뀐다는 걸 느끼는 게 제가 청소년이었을 때는 구레나룻을 포함해 옆머리를 모두 정리하면 멋이 나질 않는다며 바가지 머리 내지 시쳇말로 귀두컷이라 부르며 조롱했는데 이젠 투 블록이라 불리면서 남자 헤어스타일의 표준이 되었으니까요. 물론 그때의 귀두컷과 지금의 투 블록 사이엔 기술이라든지 방법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겠지만, 큰 틀이 변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떤 대상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다는 건 참 흥미로운 일입니다. 뭐든 그 자체로 고정되어 있지는 않는다는 거겠죠.


아참,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대머리에 관한 겁니다. 요즘 들어 유난히 대머리에 관한 농담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탈모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의 심정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만, 외적인 것에 관한 콤플렉스가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는 정도는 압니다. 누군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로 조롱하고 즐기는 게 별로 성숙한 문화로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걸 또 진지하게 걸고넘어지자니 그것도 그것대로 이상한 모양새입니다. 제 자신이 소위 씹선비라는 걸 증명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헤어스타일이나 머리카락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를 혼자서 고민하다 이런 글을 쓰게 되었네요. 두서없이 떠들어대다가 끝났네요. 뭐, 이럴 때도 있는 거죠. 모쪼록 좋은 하루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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