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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Apr 11.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4.11

28. 편의점 도시락


자취생에게 있어 식사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무엇을 먹을 건지 그날의 메뉴를 결정하는 일만 해도 상당히 귀찮은 고민이지만 직접 만들어서 먹을 건지, 아니면 사서 먹을 건지 사서 먹는다면 나가서 사 먹을 건지, 시켜 먹을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선택이 이어집니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결국 해 먹느니 차라리 사 먹는다에 도달하게 되죠. 지난번에는 그중 하나인 배달음식에 대해 썼으니, 이번에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아마 배달보다도 편의점 도시락을 훨씬 많이 먹었을 겁니다. 간편하기도 하고, 일단은 맛도 괜찮으니까요. 4000원 정도의 가격에 밥은 물론이고, 반찬까지 나름대로 구색이 갖춰져 있으니 한 끼를 때우기에는 이만한 것도 없을 겁니다.


오늘의 한 끼 식사가 되어준 편의점표 9종 반찬과 햇반.


편의점 도시락이 이렇게까지 퀄리티가 좋아진 건 2010년 중반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이전에는 도시락이라 하면 한솥도시락이나 토마토도시락 같은, 도시락 가게가 떠오르는 게 자연스러웠죠. 특히나 치킨마요라고 하면 어느 브랜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가성비 도시락의 대명사이자 가장 친숙한 메뉴 아닙니까. 편의점은 컵라면이나 삼각김밥 같이 별도의 조리가 필요 없는 간편 식품이 주를 이루었는데, 언제부터 편의점 도시락이 도시락 프랜차이즈의 대항마로 떠올랐지요. GS25에서 김혜자 님을 모델로 섭외해 출시했던 김혜자의 맘 도시락 시리즈가 그 시작을 알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김혜자의 맘 도시락 전후를 놓고 편의점 도시락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비교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GS25만 이야기했지만, CU(구 패밀리마트)와 세븐일레븐의 도시락도 라인업이 꽤 다양하지요. 저는 주로 GS25를 이용하다 보니 몇 번 먹어보지 못했지만, 종종 세븐일레븐이나 CU에 들를 일이 있으면 식품 칸을 구경하곤 합니다. CU는 백종원 님을, 세븐일레븐은 혜리 님을 모델로 해서 판매 중이던데 왜 그런지 몰라도 GS25에 비하면 묘하게 맛이 덜한 느낌이라 굳이 CU와 세븐일레븐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진 않았습니다. 하물며 삼각김밥만 해도 GS25가 독보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나중에 여러 편의점의 도시락과 삼각김밥, 냉동식품을 자리에 모아 두고 비교해보고 싶긴 하네요. 그러려면 우선 비용이 문제가 되니, 직장을 가진 다음에야 해볼 수 있겠지만 말이죠.


물론 편의점 도시락도 매일 같이 먹다 보면 질리기 마련입니다. 밥이 적어서 반찬이 남는 경우도 많고, 반찬이 튀김이나 냉동식품 위주다 보니 아무래도 편의점 도시락만 먹다 보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겠죠. 도시락 하나로는 배가 차지도 않으니 가성비가 좋다고 하기엔 어렵고요. 어쩔 수 없이 편의점 도시락으로 매 끼니를 때워야 한다면 적잖이 괴로울 겁니다. 어쩌다 한 번씩 먹는 맛있는 음식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그런 측면에서라도 편의점 도시락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있는 쪽이 훨씬 만족스러울 겁니다.

꼭 맛있는 걸 먹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먹을 필요도 있구요. 뭐라 딱 잘라 말하기 복잡한 문제군요.


하여간 예전만큼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먹진 않지만 편의점에 들를 일이 있으면 새로 나온 제품은 꼭 한 번은 먹어보려 합니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만 출시되는 제품도 있고, 분기 별로 야심차게 내놓는 제품도 있어서 신 제품을 먹어보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이번 반찬 9종도 괜찮았습니다. 햇반을 별도로 사서 데워먹으면 한 끼로 적당하겠더군요. 또 다른 제품이 없나 내일도 한 번 살펴봐야겠네요. 편의점 도시락이 대단한 물건도 아니지만, 평범한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한 번 드셔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오늘 하루도 모쪼록 좋은 하루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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