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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Apr 14.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4.14

30. 롤챔스 결승에 대한 짧은 후기


2019년 4월 13일, 토요일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롤 챔피언스 코리아 결승이 있었습니다. 이스포츠 팬분들과, 롤을 플레이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큰 기대를 가지고 대회를 지켜보셨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게 결승전에 올라온 두 팀이 워낙 실력이 쟁쟁한 데다 인기까지 많으니, 대진이 확정된 후에 많은 팬들의 관심을 불러모았으니까요. 오래도록 왕좌를 지켜왔으나, 작년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실망스러운 한 해를 보낸 SKT T1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혜성과 같이 등장해서 새로운 역사를 쓸 뻔했지만, 그 직전에 고꾸라져 다시 한번 도전하는 입장이 된 그리핀, 이 두 팀이 바로 결승전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어느 팀을 응원하건 두 팀 모두 멋진 경기를 보여주기를 기대하셨을 텐데, 결과는 3:0, 다소 일방적인 스코어로 마무리가 되었죠.


저는 SKT T1의 우승을 바라며 관람을 했습니다. SKT T1의 팬이라기보단, SKT T1의 중단을 맡고 있으며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전 세계 이스포츠 팬들에게 있어서 아이돌인, Faker 이상혁 선수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13년도에 데뷔해 말 그대로 리그를 씹어먹으며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했지요. 다만 어떤 분들은 스타의 탄생만큼이나 몰락을 기대하기 때문에, 페이커 선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지난해, 그에게 쏟아지던 비난의 강도는 지켜보는 이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페이커 선수 본인 역시 자신을 향하는 모든 종류의 관심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겠지요. 어찌 되었건, 페이커 선수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증명하는 쪽을 선택했고 올해 봄, 다시 한번 왕좌에 오르는 데에 성공했지요.


페이커 선수가 결승이 끝나고 인터뷰 자리에서 눈시울을 붉힌 것이 떠오릅니다. 그 모습을 보며 17년도에, 세계 대회인 롤드컵 결승 마지막 5경기에 본인의 실책 아닌 실책으로 패배하자,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분해하던 모습이 떠올라 괜히 가슴 한 편이 시큰했습니다. 그 때 페이커 선수가 보인 인간적인 모습은 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지만, 어떤 이들은 그를 비웃듯이 조롱에 가까운 별명을 만들어가며 페이커 선수가 부진했던 18년 내내 들먹였습니다. 페이커 선수 본인도 팬덤의 반응을 의식하고 있기에 어떻게든 눈물을 참으려하던 것 같아 그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자기 자신의 위치를 증명한 것 같아 그저 관객의 입장에서도 못내 감격적이었습니다.


결승이 끝나고 아예 별도의 글을 준비해 페이커 선수에게 헌정하는(?) 글을 쓸까도 고민 중입니다. 당연히 페이커 선수를 좋아하고 아끼시는 분들은 많고,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페이커 선수의 팬이라 자칭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페이커 선수, 아니 정확히는, 인간 이상혁을 보며 느낀 어떤 감정을 정리하고자 하거든요. 하여간 그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하도록 하고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상혁, 페이커 선수의 우승, 그리고 SKT T1의 우승을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그리고 비록 패배했지만, 페이커 선수와 마찬가지로 중압감에 시달렸을 그리핀 선수들 전원과 코칭스태프 분들도 모두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실에선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갈리기에 비록 토요일,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리핀이 리그 내내 보여주었던 퍼포먼스와 실력을 폄하해선 안 되겠지요. 더욱이 스프링 시즌은 이것으로 끝났지만 바로 이어지는 국제대회 MSI(Mid season invitational)과 국가 간 대항전인 리프트 라이벌즈를 비롯하여, 서머 시즌과 가장 중요한 월드 챔피언쉽이 남아있으니 우승자인 SKT T1과 페이커 선수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겠죠. 롤을 좋아하는 저로선 볼거리가 아직도 이렇게나 많이 남아있으니 올 한 해도 즐겁겠군요. 작년에는 한국팀이 부진했던 터라 올해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 그러한 팬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리그가 끝났음에도 쉬지도 못하고, 많은 팀들이 분주히 준비하고 있을 게 상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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