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희 Apr 19.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4.19

33. 꿈


3일 만에 다시 글을 씁니다. 소재가 도통 떠오르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뭐라도 쓰자고 마음을 먹고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꿈에 대해서 쓰려고 합니다. 요사이 꿈을 꿨던 적이 없었는데 오늘 모처럼 꿈에 시달리다 일어나서 이걸로 쓰면 좋겠다 싶더군요. 엄밀하게 따지자면 오늘은 꿈이었다기보단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두서없이 떠오르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잠이 깨긴 했는데 다시 잠들려고 눈을 감았더니, 자는 것도 아니고 잠들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어젯밤 보았던 영화와 게임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명멸하더군요. 뚜렷한 형체가 아닌, 문장과 단어로 이루어진 이미지라 할 수도 없는 것들이 중구난방으로 떠오르니 그대로 눈을 감고 있어 봐야 도로 잠들기는 글렀다 싶어 일어났습니다. 꿈이라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게 얼마 만에 꾸는 꿈이었는지.


꿈은 이런 느낌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날 꾸는 꿈의 내용은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냐에 달려있으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훨씬 자주 꿈을 꾸었습니다. 꿈의 내용이 너무나 해괴망측해서 꿈을 꾸고 있는 그 순간에는 정말이지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심지어 컬러도 아니고 그렇다고 흑백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인상 같은 것의 나열에 불과한데도 말이죠. 아무래도 상황이 극단적이라 그런지 꿈에 철저히 몰입하게 됩니다. 세계가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위협당해 살아남기 위해선 피난처로 가야 한다든지, 혹은 수상한 건물에 갇혀 괴물을 피해 탈출해야 한다든지. 무언가 저를 쫓아오고 있으며 도망쳐야만 했습니다. 꿈의 막바지에 궁지에 몰려서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제야 꿈이라는 걸 깨닫고, 잠에서 깨어나면서 상황을 모면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만일 그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저는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없었을 텐데 꿈이라는 게 그런 면에서 편리하긴 하더군요.


그렇다고 매번 스펙터클하고, 판타지스러운 꿈만 꾼 건 아닙니다. 친구들이나 부모님처럼 알고 있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했죠. 그런 꿈들은 비교적 현실적인 내용이지만, 엉뚱한 상황일 때가 대다수고 어떤 의미에서는 판타지스러운 꿈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흘러가더군요. 여러 이유로 더 이상 만날 이유가 없는 사람과 관계가 회복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런 내용의 꿈을 꾼 날에는 뭐랄까,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어쩌자고 갑자기 그런 꿈을 꿨나 싶고, 아직 미련이 있구나 싶어서요. 마음속 깊은 곳에는 후회나 아쉬움이 남아있고 그게 꿈이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거겠죠. 꿈이 아닌 현실에서 그 사람들과 관계를 회복하고자 무언가 하진 않겠지만 말이죠. 돌이키기에 너무 늦었으니 꿈에서나마 곱씹는 게 아니겠습니까. 


꿈에서 영감을 얻는다거나, 계시를 받기도 한다는데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니면 이미 받았는데 까먹었다거나, 그게 계시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요. 꿈은 그냥 꿈이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해서 따로 해몽을 찾아보진 않지만, 종종 꿈의 의미가 궁금하긴 합니다. 그러나 과한 의미를 부여해본들 현실을 살아가는 데에 특별히 더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은 종종 어떤 대상에 너무나 많은 의미를 부여하죠.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도요. 꿈도 마찬가지겠죠. 그래도 꿈에 조상님이나 신령님이 나타나 그 주의 복권 당첨 번호를 알려준다든지, 미래에 대한 중대한 사실을 알려준다면 편하기는 하겠습니다. 문제는 그럴 일이 웬만해선 없다는 거겠죠.


꿈에 대한 개인적인 소망 하나를 밝히며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컬러로 된 꿈(?)을 꿔본 적이 없다 보니, 꿈을 컬러로 꾸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덧붙여 소위 자각몽이나 루시드 드림이라 하는 것도 어떤 감각일지 알 수 있다면 좋겠네요. 꿈을 꾸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모종의 방법을 통해 꿈의 내용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던데, 뭘 해보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 감각은 무엇일지. 저는 꿈에 휘둘리기만 하다 보니, 뭐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하거든요. 그러나 그저 편하게 잠자는 것이 최고겠지요. 꿈을 꾼 날은 영 개운치가 않아서.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꿈도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꿈을 꾸며 일어나셨나요? 혹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꿈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괜찮으시다면 댓글로 들려주시길.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4.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