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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Jun 17. 2019

[하루-한편] 감상에 있어서의 태도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6월 16일, 56번째 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가 벌써 6회를 맞이했습니다. 드라마가 나오기 전부터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서 어디 한 번 보자 싶어서 1화를 봤던 게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여러모로 만듦새에 문제가 있는 작품이긴 합니다. 드라마 속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쓰이는 용어가 약간의 변형을 거쳤을 뿐 실제 역사에 쓰인 명칭과 지나칠 정도로 유사합니다. 유사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별로 고민하지 않고 만들어낸 게 너무 티 나니까 사람들도 기가 찬 거겠죠. 거기다 주요 인물의 설정과 그들의 의복과 외양, 극 중의 대사 등 여러 특징이 인기리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유사하다고 하더군요. 하물며 중국 드라마까지 표절했다는 딱지가 따라붙었으니. 이러한 비판을 제작진도 정면으로 부정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지나칠 정도로 비슷하긴 합니다.


나무위키에서도 따로 목록을 만들 정도라면 그 양이 상당히 방대하다는 것인데... 여러모로 문제가 있긴 있습니다.


그렇다고 오늘 <아스달 연대기>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누구라도 작품에 대한 소감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저 재미있었다는 한 마디도 좋고, 재미없었다라도 상관이 없죠. 재미있었다면 어떻게 재미있었는지, 반대로 재미가 없었다면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덧붙일 수도 있구요. 온전히 그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가령 오늘의 이야깃거리에 중심에 있는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를 들고 보면, 저는 그럭저럭 재미있는 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드라마도 만드는구나 싶어서 신기한 느낌으로 보고 있지요. 어떤 분에겐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 그딴 게 재미있다고? 세상 참 신기한 사람이로군!


저도 어떤 작품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있으니 이런 반응이 있다고 해도 이해가 갑니다. 어떻게 그런 쓰레기만도 못한 걸 좋아하나 싶은데,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의 수가 많은 경우를 더러 봤습니다.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하며 인간은 서로 다르다는 말에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을까요. 그렇기에 어떤 작품이든 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딱 하나 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면, 다른 이의 감상을 폄훼하거나 나아가 그 사람 자체를 모독하는 일입니다. 그냥 나에게 재미 없을 뿐인 거죠. 어떤 이에게는 꽤 재미있을 수 있고 심지어 아주 훌륭한 작품일 수도 있는 거죠. 그런 사람이 절대다수일 수도 있는 거구요.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도 들긴 합니다. 어떻게 봐도 후진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다니. 이 세상은 더 이상 나아질 여지가 없어 혹은 답도 없이 글러먹었군. 그럴 지도 모릅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도 있지요. 세상은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 후지게 변해갈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걸 가만히 두고보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개인, 혹은 집단의 등장으로 전체적인 기준이 올라갔다가 서서히 내려가고, 또다시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거곘죠. 그런 등락으로 파악할 수도 있고, 혹은 그저 시대에 따라 보편적인 취향이 달라지는 것일 수도 있구요.


그렇다고 답답하면 뛰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이야기하기 어렵긴 한데 이런 류의 복잡한 이야기는 전문가 분들께 맡기겠습니다. 저는 작품의 완성도를 따질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고 믿는 편이긴 합니다만, 요즘엔 편한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합니다. 그도 그럴게 모든 작품이 훌륭할 수도 없는 거고, 제아무리 후진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 작품만의 고유한 개성과 특징, 재미가 있으니까요. 물론 표절과 같이 명백히 문제가 되는 경우를 개성으로 취급하거나, 여타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섣불리 옹호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뭐, <아스달 연대기>는 그런 면에서 표절에 자유로울 순 없다보니 이래저래 안타깝긴 합니다. 어쩌면 꽤 훌륭한 작품이 되었을지도 몰랐을 텐데 말이죠.


어쨌거나 작품을 보든 보지 않든,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고 저는 <아스달 연대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한 번 마지막까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썩 나쁘지 않다, 예상보다는 재미있다'는 중간 평가를 내려봅니다. 제 평가가 이해가 가지 않으신다면 한 번 보신 다음에 찾아오셔서 말씀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작품에 대한 건전한 논의라면 대환영입니다. 오늘 글에서 갖오했던 바를 반복하며 이만 마무리하자면 저를 포함해 혹시라도 작품을 재미있게 보는 이들에게 비난과 모욕만은 삼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도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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