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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Apr 05. 2016

사랑은 구걸이 아니다.

구걸해서 얻어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처음에는 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나만큼 사랑하지 않나 싶고,

남자와 여자의 표현의 차이인가 이해해 보려고도 하고,

'마음으론 다 알고 있을 거야. 분명 고마워하고 있을 거야.'

상대를 믿어보려 노력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는 갑과 을이 뚜렷해지고 을이 돼버린 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그를 위해 했던 배려가 이제는 점점 배려가 아닌 혼자만 하는 사랑인 것 같았습니다.

서운함은 계속 커져갔고 화도 나고 의심도 들었습니다.

의심이 늘어갈수록 집착도 함께 커져갔습니다.


"자긴 나랑 있는 시간이 심심해? 언제까지 핸드폰만 보고 있을 거야?"


짜증 섞인 대화들과 한숨들.

이건 아니다 싶어 진지한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그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건성으로 하는 미안하다 한마디.


'내가 왜 이렇게 바보 같지? 나 멋진 여잔데.. 빛나는 여잔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눈물로 보내는 가슴앓이 시간은 늘어가고 웃음은 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시원하게 놓아주지도 못하죠.

아직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크고,

좋았던 추억들이 생각나고,

다른 누굴 만나 서로 맞춰갈 과정이 두렵기도 하고,

다른 누굴 또 만날 수 있을까 걱정도 되니까요.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의 반만이라도 날 좋아해 줄 순 없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사랑을 구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나 자신이 한심하고 비참해집니다.


그러다 우연히 TV 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곽정은씨가 했던 말을 듣고 결심했습니다.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다는 분명한 증거는
함께 있을 때 변해가는 내 모습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


사랑은 구걸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야.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 함께 주고받는 것.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고,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마음이 이미 알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


이제 혼자서 힘겹게 잡고 있던 그와의 인연의 줄을 끊었습니다.

그와 함께 있을 때 변해가는 내 모습은 나 자신이 원하던 모습이 아니였기에.

나는 충분히 사랑스러운 여자이며,

사랑은 사랑스러운 나를 빛나게 해주는 것이지 내 빛을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사랑은 구걸이 아닌 선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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