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마케팅'의 함정
최근 중국의 한 자동차 브랜드가 야심 차게 준비한 퍼포먼스가 실패로 돌아가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중국 '체리 자동차'가 장가계 천문산의 999개 계단을 차량으로 오르려다 미끄러져 추락한 사건입니다.
단순한 사고를 넘어, 이 사건은 브랜드 마케팅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후발 주자의 전략'과 '퍼포먼스 마케팅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 도전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원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7년 전, 영국의 랜드로버(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같은 장소에서 45도 급경사의 999계단을 오르는 '드래곤 챌린지'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습니다. 당시 이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바이럴 되며 랜드로버의 압도적인 등판 능력과 기술력을 증명하는 전설적인 마케팅 사례로 남았습니다.
체리 자동차는 이를 벤치마킹했습니다. 자국의 명소에서 자국 브랜드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차량은 균형을 잃고 미끄러졌고, 난간을 부수며 멈춰 섰습니다.
마케팅에서 경쟁사의 성공 방식을 차용하는 '미투 전략'은 흔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원조보다 더 잘하거나, 원조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것이죠.
성공했을 때는 어떨까요? "랜드로버만큼 우리도 기술력이 좋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껏해야 '2등'의 이미지입니다. 실패했을 때는 더 심각합니다. 이번 사례처럼 "역시 원조는 따라갈 수 없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게 됩니다. 오히려 경쟁사인 랜드로버의 7년 전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다시금 홍보해 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후발 주자가 선두 주자의 '시그니처 퍼포먼스'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브랜드 차별화 관점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의 성능을 극한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효과가 확실한 만큼 리스크도 큽니다. 체리 자동차 측은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중에게 '준비 부족'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장소 선정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습니다. 장가계는 세계적인 관광지입니다. 도전에 실패하며 관광 시설을 파손했고, 이는 "안전하지도 않은 도전으로 공공장소를 훼손했다"는 비난으로 이어졌습니다. 브랜드가 욕심을 내다 공공의 이익을 침해했을 때, 소비자는 냉정하게 등을 돌립니다.
이번 '장가계 추락 사건'은 브랜딩에 있어 중요한 타산지석이 됩니다.
첫째,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남이 닦아놓은 길을 그대로 가는 것은 안전해 보이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만의 새로운 '전장'을 찾아야 합니다.
둘째, 완벽한 리스크 통제가 필수입니다.
제품의 성능을 증명하려다 오히려 결함을 의심받게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오프라인 퍼포먼스는 1%의 실패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합니다.
셋째, ESG와 대중 정서를 고려해야 합니다.
화제성보다 중요한 것은 '호감도'입니다. 환경 파괴나 공공시설 훼손 등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마케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재고해야 합니다.
체리 자동차의 이번 도전은 "혁신 없는 모방은 비극으로 끝날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마케팅 역사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홍보는 '따라 하기'가 아닌 '다르게 하기'에서 시작됩니다.
경쟁사의 그림자를 좇기보다, 우리 브랜드만이 낼 수 있는 고유의 빛을 찾는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