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의 차이, 그리고 함께 잘 일하는 법
마케팅 업계에는 크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광고주 쪽에 앉아 있는 사람과 대행사 쪽에 앉아 있는 사람.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같은 목표를 이야기하지만, 두 사람이 보는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광고주(클라이언트)는 자기 브랜드의 긴 역사와 복잡한 내부 사정을 안고 회의실에 들어온다. 에이전시는 다양한 업종에서 쌓은 경험과 외부인의 눈으로 들어온다. 이 두 시각이 잘 맞물릴 때 좋은 캠페인이 나오고, 어긋날 때 소모적인 갈등이 된다.
이 화에서는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의 구조적 차이, 에이전시 내 주요 직군, 인하우스 마케터와의 비교, 피칭의 전 과정, 그리고 두 조직이 함께 잘 일하기 위한 조건을 현장의 시각에서 풀어낸다. 마케팅 커리어를 쌓으려는 사람이라면 어느 쪽에 앉게 되든 반대편 의자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전 대행사 시절, 한 클라이언트 담당자가 회의 중에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클라이언트 담당자 저번에 드린 피드백 반영이 안 됐잖아요. 좀 더 '따뜻한' 느낌이라고 했는데.
C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저희가 이해한 '따뜻함'은 색온도를 조정하고 카피 어조를 부드럽게 하는 방향이었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클라이언트 담당자 그냥... 지금 것보다 따뜻하면 돼요.
AE (속으로) 이 방향으로 수정하면 또 '이게 아닌데'가 나올 것이다...
클라이언트 담당자 아, 우리 대표님이 보시면 바로 알 거예요. 그분 감각이 정확하시거든요.
CD 대표님도 이번 시안 검토에 참여하시나요?
클라이언트 담당자 아뇨, 최종 결재만 하세요. 중간 과정은 저한테 맡기셨어요.
AE (속으로) 중간 담당자 방향과 최종 결재자 취향이 다를 확률 90%...
이 장면에는 클라이언트-에이전시 관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두 가지 문제가 압축되어 있다. 첫째, 피드백이 구체적이지 않다. 둘째, 의사결정 구조가 명확하지 않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장 좋은 에이전시도 좋은 결과물을 내기 어렵다.
좋은 광고는 좋은 클라이언트에서 나온다. 에이전시의 역량 못지않게, 클라이언트가 어떻게 협업하느냐가 결과물의 절반을 결정한다.
클라이언트(광고주)는 마케팅·광고 활동을 의뢰하고 비용을 집행하는 기업·브랜드. 광고 대행사(에이전시)는 클라이언트로부터 마케팅 업무를 위탁받아 전략 수립·크리에이티브 개발·미디어 집행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서비스 조직.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갑을 관계가 아니라, 목표를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어야 한다.
이 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양쪽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클라이언트는 자기 브랜드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외부 시각이 부족하고, 에이전시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지만 클라이언트 비즈니스의 깊은 맥락이 부족하다. 이 관계가 잘 작동하면 둘 다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결과물이 나온다.
에이전시에 의뢰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 마케터를 직접 채용해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 또는 그 마케터를 가리키는 말. 브랜드·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빠른 실행과 일관된 브랜드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10년간 인하우스 마케팅 트렌드가 강해졌다. 디지털 광고·SNS 운영·콘텐츠 제작 등 일상적인 마케팅 활동은 외부에 맡기는 것보다 내부에서 하는 것이 빠르고 효율적인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하우스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어떤 업무를 인하우스로 하고 어떤 업무를 에이전시에 맡길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다.
가장 효율적인 구조 — 인하우스 + 전문 에이전시 하이브리드 일상 운영(SNS·이메일·콘텐츠)은 인하우스가 담당하고, 대형 캠페인·신제품 론칭·리브랜딩 등 전문성이 필요한 프로젝트는 에이전시와 협업하는 구조. 국내 주요 브랜드들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 인하우스 마케터의 핵심 역할은 '에이전시를 잘 관리하는 것'이 된다.
AE(어카운트 이그제큐티브)는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 사이의 핵심 창구로, 프로젝트 전체의 커뮤니케이션·일정·예산을 조율하는 역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캠페인의 크리에이티브 방향과 품질 전체를 책임지는 리더. 에이전시의 두 핵심 축이다.
에이전시 안에는 다양한 직군이 있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이해하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에이전시와 더 잘 협업할 수 있고, 에이전시 커리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진입 경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에이전시가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전략·크리에이티브·실행 계획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제안하는 과정. 여러 에이전시가 경쟁하는 경쟁 피칭(Competitive Pitch)과 단독으로 진행하는 지명 피칭이 있다. 에이전시 입장에서 피칭은 새 비즈니스를 획득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피칭은 에이전시의 역량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다. 동시에 클라이언트가 에이전시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회다. 피칭 준비 과정을 단계별로 보면 좋은 피칭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경쟁 피칭에서 에이전시는 보통 2~4주 안에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대부분 에이전시가 부담한다. 피칭에 지면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이것이 에이전시가 피칭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이유다.
피칭에서 지는 이유는 아이디어가 나빠서만이 아닌 경우가 많다.
20년 넘게 이 업계에 있으면서 보면, 좋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브랜드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가 서로를 파트너로 대한다는 것. 그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는 양쪽 모두의 노력에 달려 있다.
이 표에서 에이전시 항목 중 하나가 특히 중요하다. '예스맨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행동한다'는 것.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좋은 에이전시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그냥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요구 뒤에 있는 진짜 목표를 파악하고 그 목표에 가장 좋은 해답을 제안해야 한다.
13화부터 시작된 실무 편이 이 화로 마무리된다. 디지털 채널 전략, 캠페인 기획, 성과 측정, 콘텐츠 마케팅, 소셜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그리고 클라이언트-에이전시 관계까지 — 마케팅 실무의 핵심 지형을 한 바퀴 돌아봤다.
다음 화부터는 응용 편이다. 지금까지 배운 개념들이 다양한 맥락 — B2B와 B2C, 글로벌 마케팅, 이벤트·체험 마케팅,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 CRM, 그리고 협업 마케팅 — 에서 어떻게 달리 적용되는지를 살펴본다.
클라이언트
마케팅 목표와 예산을 가진 광고주. 내부 지식은 깊지만 외부 시각이 부족.
명확한 브리프와 구체적 피드백이 좋은 결과물의 전제 조건
광고 대행사
크리에이티브·전략·미디어 전문 서비스 조직. 다양한 경험과 외부 시각이 강점.
클라이언트 비즈니스 이해도와 집중도가 선택 기준
인하우스 마케터
브랜드 내부 마케터. 빠른 실행·높은 브랜드 이해도·고정비 구조.
일상 운영은 인하우스, 대형 프로젝트는 에이전시 하이브리드가 현실적
AE / CD
AE는 클라이언트-에이전시 커뮤니케이션 창구이자 프로젝트 관리자.
CD는 크리에이티브 품질과 방향의 책임자. 에이전시의 두 핵심 축
피칭
에이전시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전략·크리에이티브·계획을 제안하는 프레젠테이션.
RFP 분석→전략→컨셉→덱→발표 6단계 프로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