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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Jul 21. 2020

Day 2

of 2 Weeks Project

나는 종종 문을 걸어 잠갔다.

모두가 떠난 집에서도, 누구든 있는 집에서도.

한 번 돌아간 열쇠는 스스로를 포함한 누구도 쉽게 다시 열 수 없었다.


그는 내 손으로 다시 돌려주길 오래도록 기다렸고

나는 일어서는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밀폐된 방, 그중에서도 가장 구석진 작업대 바로 아래는 내가 꼽은 가장 아늑한 공간이다.

소음에 지치고, 타인에 시달릴 때는 가끔 그곳에서 안정을 취했다.

몸을 둥글게 말아 얇은 먼지 위로 스스로를 박아 넣었다.


그곳에선 울지 않을 수 있었다.

그곳에선 어떤 것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나만 존재했던 공간이었다.


하루에 몇 번, 일주일에 몇 번쯤인지 세어볼 수 없으나

숨어 있다 보면 삶에 균열이 생겼다.

도망치고 피해온 시간은 일상에 상처를 남겼고, 매일 쌓인 상처는 곧 균열이 되어

삶을 조각내고 있었다.

빛과 세상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새벽이었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오전 5시 40분쯤 출근을 했고

그곳에선 기계처럼 일을 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몸을 죄여 오는 나무 책상 아래가 아닌 트인 공간에서 자유를 느낀 것은 이 시간이 유일했다.

눈을 강타하는 빛도, 귀를 어지럽히는 소음도 없는 평온함.

나는 그 시간에 살며 틈을 메우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가둬두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작은 문 밖을 나서기도 하고, 더 큰 문 밖에 서 있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행인들이 나의 피부색을 인식하는 순간 나는 빠르게 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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