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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Jul 22. 2020

Day 3

of 2 Weeks Project

200, 400. 가끔은 600.

이부프로펜은 필수품이다.


책상 아래서 벗어난 몸은 이제 곧 고통으로 진입할 것이기에.

어김없었다.

조금의 지체도 없었다.

감정이 폭발하는 밤이 지나고 나면, 피가 배어 나왔다.


피인지 먹물인지 모를 것들이 굳어 있다.

무엇을 위해 매일을 숨어들어야 했는지, 무엇 때문에 울어야 했는지

왜 결국 모든 것을 탓하며 감정은 폭발해 재가 되어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으나 늘 그 끝에는 피가 있었다.

고인 피는 마음을 뒤흔들었으나

흐르는 피는 몸을 뒤척이게 한다.


매일 밤낮으로 흐르는 피를 단속하고, 다가오는 통증을 최소화하는 일에 집중한다.

흐르고 변화하는 몸에 온 신경을 쏟다 보면

나는 비로소 알 수 없는 감정에서 헤어 나온다.

대체로 적당한 시간에 어디서든 화장실을 찾아야 하고

늘 넉넉하게 휴지와 생리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하루.

2, 3일 치 진통제도 잊어서는 안 된다.


흐르는 피를 감추기 위해. 냄새를 감추기 위해

가장 평범한 상태에 이르기 위해 연기를 한다.

약효는 자로 잰 듯 정확하다.

먹은 지 40분이 지나면 통증 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4시간 후엔 다시 찾아온다.


무엇을 먹었느냐에 관계없이 약을 털어 넣는다.

6시간에 한 번 밥을 먹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약효는 어째서 4시간뿐인지 의문을 더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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