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에 명확히 해야 할 것이 있다. 한국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의 관점은 분명히 편향되어 있다. 그 편향은 좋은 쪽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부분, 특히 일반화하기 어려운 내 경험에 기반해, 비판적인 쪽이다. 내 커리어의 반 정도가 한국 외의 시장을 다루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시장에 대한 경험이 적은 편이기도 하다. 다만, 반대로 한국 시장에 매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거리를 둘 수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한국시장은 좁다. 객관적으로 시장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한국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시장으로 다른 국가들과 한데 묶이기도 어렵다. 해당 언어를 쓰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하지만, 자본시장, 주식시장, 부동산시장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시장규모가 크고, 아마도 그 때문에, 시장 참여자의 다양성 또한 높다. 특히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상당하다.
나는 한국시장이 "작다"고 하지 않고, "좁다"라고 표현한다. 시장규모가 작다는 것은 다양한 결과를 가져오는데,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회적 순응도(Conformity)가 높아 각 시장 주기에 따라 시장참여자들이 동일한 방향성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서는 콘트라리안(Contrarian)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어렵다.
시장 내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을 콘트라리안 전략이라고 한다. 사모시장에서의 세컨더리 전략, 스페셜시츄에이션 전략 등이 콘트라리안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콘트라리안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한 가지는 이 투자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자금,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로, 현재 속해있는 조직, 특히 심사 혹은 리스크 부서를 설득해야 한다.
사회적 순응도가 높다는 것의 현실적인 사례는 조직 내에서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것에 집중하면, 투자의사결정과는 다른 정치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겪게 된다. 시장 내 대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은 시장에 쉽게 전가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 내 대다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 된다. 시장 내 대다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정치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결과이다. 그 결과 두 번째 난관을 헤쳐나갈 동기 유인이 부족해진다.
유사한 이유로 기관투자자 중에서는 콘트라리안 투자자를 찾기 매우 어렵다. 기관투자자들은 공공조직 혹은 금융기관으로 조직의 규모가 크고 관료적인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조달은 어떠한가? 옵션과 코인시장을 통해 한국투자자들은 매우 위험선호적인 투자자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시장참여자라면 결과는 이미 알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는 다양한 규제로 막혀있다.
미국시장에서는 많은 억만장자들이 패밀리오피스 등을 통해 다양한 투자를 뒷받침한다. 미국에서 비즈니스스쿨에 입학해 학위를 받는 이유 중 하나도, 좋은 사업모델 혹은 투자기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패밀리오피스들은 아직 그 역사가 짧으며, 상대적으로 부동산을 배경으로 한 경우가 많아 부동산을 제외한 섹터에서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단조롭다.
한국시장은 좁다. 기성세대가 되어, 하우스를 이끌고 있는 나로서도 좁고 답답함을 느낀다. 젊은이들이 한국시장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미국에서는 금융위기를 거치며 콘트라리안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이 스타로 떠올랐다. 언젠가는 한국시장에서도 스타 투자자가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