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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낀 자 06화

승진시켜줄 거처럼 그러더니, 느낌이 싸하다.

알람이 울렸다.

by 오 코치


승진시켜줄 거처럼 그러더니, 느낌이 싸하다.
알람이 울렸다.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냈다.
대내외적으로 골치 아픈 일들도 매끄럽게 처리했다.


근무시간이 아니더라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기꺼이 헌신했다.

성과와 노력을 회사와 상사가 모를 리 없었다.
성과평가 때마다 좋은 점수를 받았고,
그의 의견과 전략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반영되곤 했다.


열심히 한 만큼 인정받고,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뿌듯했다.


이대로만 가면 승진과 연봉 인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생각했다.
커리어 플랜에 빈틈이 없었다.


와장창.


그렇다.
공식 발표에서 그의 이름은 없었다.


상사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이해해 달라’는 불투명하고 진정성 없는 말뿐이었다.


“코치님,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상사에게 밉보인 걸까요?”


일을 진심으로 즐기던 그가,
오늘은 세상을 잃은 사람처럼 보였다.


“승진자 발표가 있었나 보네요.”

나는 큰 의미 없는 말을 건넸다.

그도, 나도 잠시 진정의 시간이 필요했다.


예민한 상태에서는 아무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들리게 해야 했다.


“잠시만요.”
자세를 고쳐 앉았다.
목소리와 속도를 낮추며 말했다.


“팀장님, 지금 어떤 판단을 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같이 울어드린다고 풀릴 것 같진 않은데요.”


‘풋.’


그가 웃었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게요. 뭘 판단해야 할까요.
제가 뭘 개선해야 하는지, 왜 밀렸는지…
나가라는 신호일까요?
하라는 건 다 했는데, 정말 너무 속상해요.”


“저도 상사의 마음은 알 수 없죠.
하지만, 만약 팀장님이 그 마음을 완전히 안다고 가정해 봐요.
그다음에는요?
원하는 게 뭐죠? 승진을 달라고 하시겠어요?”


“네.”


“그다음 엔요?”


그는 말이 없었다.


스스로도 답이 아닌 답임을 알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시죠?”


“네.


일은 재미있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공정하지 않은 결정들, 이해되지 않는 통보들…
이제는 지쳤어요.”


*** 거슬림은 알람이다. 그렇다.
회사를 얼마나 오래 다녔는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거슬림’의 순간이 온다.
그건 신호다.


*** 거슬리는 이유는
스스로의 신념에 반하는 무언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 ‘신념’은 누구에게나 있다. 핵심가치라고 해도 좋다.
다만, 선명하게 정의되지 않았을 뿐이다.


*** 핵심가치를 정의해야 한다.
좋은 것이 왜 좋은지, 그 ‘진짜 이유’를 찾아내는 것.
그게 시작이다.


*** 사람마다 핵심가치는 여러 개다.
10개쯤 찾아내면, 나머지 가치들도 명확해진다.



김 팀장의 첫 번째 핵심가치;

그가 처음 발견한 핵심가치는 **‘존재’**였다.


성과를 내고 열정을 쏟는 이유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온몸으로 말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을 가장 소중히 여겼다.
어디 가서 쭈그러들어 있으라고 하면 너무 버거운 사람이다.
스스로 빛나는 것을 좋아한다.


타인의 인정은 좋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그의 가치가 분명해지자,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가 선명해졌다.


(물론 나머지 가치들도 더 캐야 한다.)


결국, 이기는 게임;

승진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그는 이미 이기는 게임을 시작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스스로를 아는 사람이 승자다.


여러분, 본인의 핵심가치를 꼭 캐내 보세요.
그게 바로 금광입니다.



어긋난승진.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어렵고 힘도 들지요.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또 울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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