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술 안 떠준날의 코칭
스카우트 제안이 왔어요.
밥 한술 안 떠준날의 코칭
“스카우트 제안이 왔어요. 고민이 되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호, 제안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스카우트 제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면 논의하고 싶은 다른 것이 있으신가요?”
‘제안을 거절하겠다’고 본인은 이미 결정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했다.
“네, 스카우트 제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다른 고민은 급한 내용은 아니라서요. 제안서는 받았어요. 지금보다 조건이 좋아요. 세세하게 많이 신경 쓰셨더라고요. 몇 가지 확인할 게 있는데, 그건 나중에 물어보려고요. 그쪽 회사 대표님까지 승인하셨다고 하고요. 같은 업계다 보니 저를 잘 알고 계셔서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할까요’라고 계속 물으시네요. ‘어떻게 하냐’고 물으시는데,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라고 다시 묻기가 미안할 지경인데요… 흠. 원하시는 게 무엇인가요?라고 질문드립니다. 무엇을 원하세요?”
(아으. 잠시만…..)
‘어떻게 거절할까요, 또는 거절하기 전에 혹시 놓친 게 있나를 물어보시는 것 같은데요.’
라고 바로 묻고 싶었지만, 한 템포 늦추어 다르게 물었다.
원하는 것을 그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겼다.
“흠… 제가 무엇을 원하는 걸까요, 코치님?”
“오, 지금 하신 말씀 좋습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을 때’ 요.
그럴 때 스스로에게 뭐라고 물어보면 좋을까요?”
공기가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 일은 아니다 싶어, 내 소리를 얇고 가늘게 올렸다.
(에고, 오글거려라.)
“원하는 게 뭔지 모를 때 물어보는 질문이라… ‘장단점을 더 따져봐라’일까요?”
“또요!”
“음… ‘그쪽에 원하는 것을 더 요구해라?’ ‘업무랑 사람들에 대해 디테일을 더 설명해 달라?’ ‘내가 알아야 할 게 더 있다면 알려달라?’ 뭐 이런 것들일까요?”
“질문들 좋습니다. 그 답을 다 얻으면 결정하실 수 있으세요?”
“음… 그러게요. 딱히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아, 뭐지… 뭘까요? 뭘 더 알아야 할까요???”
숟가락으로 밥을 퍼서, 맛있는 반찬까지 얹어 ‘아—’ 하고 입에 넣어주고 싶은 마음에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밥상 근처까지라도 갔다면 그냥 떠주었을 거였다.
하지만 아직은 ‘배고파요’라고 말만 한 정도여서, 그의 정성 한 숟가락이 더 필요했다.
“타인이 알려줄 수 있는 상황이나 답은 이미 충분히 가지고 계신 걸로 들려요.
본인 생각이 궁금하신 거니, 본인한테 궁금한 건 없으세요?
본인이 앞에 앉아 있고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물어보세요.”
눈을 꿈벅이며, 천천히 상상의 말풍선을 그려 그 모습을 상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흠, 흠…
나도 흠, 흠…
흠…
나도 흠…
“엇.”
(왜, 왜! 답 나왔어?)
“코치님, 이거는요? ‘너 애초에 갈 마음이 있긴 한 거냐?’는요?
제가 친구가 와서 이런저런 제안에 대해 고민하면요,
‘끌끌끌— 너 가고 싶긴 한 건 맞냐?’ 이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아요.
‘술이나 한잔 사줄게’ 그러면서요. 클클클, 하하하, 킬킬.”
갑자기 혼자 신이 나서 낄낄거리시는 고객님.
(아오, 내 숨이 넘어갈 뻔… 답 기다리느라…)
“잘하셨어요. 혼자서도 참 잘해요! 칭 투 더 찬!
끝내 본인이 인지하셨네요.
자, 그럼 답해보세요. 저한테 자꾸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지 마시고요.”
“그러게요. 애초에 갈 마음이 많지 않았나 봐요.
조건이 좋고, 건너 건너 아는 회사고, 대표님도 알고, 업무도 매력적이고… 그래서 흥미를 가진 거고요.
제안 들어오니까 기분도 괜히 좋고 그랬어요. 좋죠, 감사하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좋아요.
더 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요.
크고 작게 고민도 있고 어려움도 있지만, 그게 이직해야 하는 이유가 되진 않아요.
제가 이직을 원하지 않아요. 참 근본적인 건데, 그걸 다 건너뛰고 조건을 따지고 있었으니 뭔가 개운하지 않았던가 봐요.”
“네, 맞습니다. 잘 정리하셨어요. 짝짝짝!
자, 그럼 챙겨야 할 게 남아 있습니다. 두 가지인데요. 뭔지 아시겠습니까?”
“어… 어… 어…”
(아, 왜 또. 계속 잘 해봐요! 왜 레깅이 걸리는 표현인 건데요오…)
“뭘까요, 코치님?”
(아니, 아니, 코치한테 묻지 마시고요.)
“자자, 아까 그 본인 앞에 앉히시고요.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아까 잘하시던데, 같은 세팅입니다. 도전!”
“아아, 네네. 그렇죠. 할 줄 알죠. 두 가지라…”
그는 다시 머릿속에 상상의 말풍선을 그리는 중이었고, 한 개는 챙겼고, 한 개는 끝내 손을 들었다.
(오늘 우리 고객님, 밥 한술을 못 얻어 드시네.)
어쩔 수 없다.
고객은 강하게 대해야 한다.
믿는 만큼, 안 먹여 드린다.
***
그의 말풍선 속에 들어 있던 답:
‘야, 거절도 잘해야 프로인 거야.
그렇게 간절히 모셔가고 싶어 했으니, 거절하면 실망이 더 클 거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거절하는 이유를 말씀드려야 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리고 가끔이라도 안부도 전하고 말이야.
같은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서로 잘 챙겨야지. 알겠지!’
***
그의 말풍선에서 상상하지 못한 답:
이럴지 저럴지 맥락을 모르겠다면,
아끼는 누군가에게 조언해 준다고 가정해 본다.
그리고 꼭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해본다.
원해?
싫어?
굳이?
기꺼이?
***
오늘도 흠뻑 응원합니다!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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