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4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가영 Aug 30. 2021

나 혼자 ‘못’산다

위기 속에서 2는 1보다 강하다

 아무리 잘 나가는 자동차도 가끔은 시동이 걸리지 않고, 기름이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TV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도 가끔은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MBC 대표 예능 <나 혼자 산다>가 그러하다. 2013년 시작된 무지개 열풍은 8년이 넘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중간중간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보통 이 지점에서 TV 프로그램은 갈림길을 맞이한다. 시청자의 기억 속으로 영영 사라지거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거나. <나 혼자 산다>는 매번 이 위기를 극복하며,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혼산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왔을까.     


관찰 예능의 한계를 극복한 무지개 유니버스

 관찰 예능의 고질적인 한계는 지루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프로그램이 섭외할 수 있는 출연진에는 한계가 있고,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일상 역시 한계가 있다. 그렇다 보니 프로그램이 반복될수록 흥미는 떨어지고 시청자들은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 고질적 한계를 극복한 것이 바로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모임이다. 고정 패널 혹은 다회 출연한 게스트들로 구성된 무지개 모임은 관찰 예능 속 등장한 새로운 예능 포맷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한데, 회차 중간  중간 함께 여행을 가거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찰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무지개 모임의 저력은 게스트가 등장하지 않는 회차에서 더욱 강해진다. 고정 패널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프로그램의 참신함과 흥미를 잡을 수 없기에 그 대체재로서 함께하는 일상을 택한 것이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더 이상 나 혼자 산다가 아닌, ‘다 같이 산다’ 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관찰 예능의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무지개 유니버스의 결합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기존 관찰 예능의 취지를 지나치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무지개 모임과 게스트의 일상 소개 부분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나혼산의 든든한 백업 선수들

 무지개 모임이 탄탄한 만큼, 그 사이에 균열이 가거나 인원이 변동되었을 때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무지개 모임의 기존 멤버였던 전현무, 한혜진, 이시언 등의 하차가 대표적인 사례일 듯하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지개 멤버를 새롭게 채워주었던 수많은 백업 선수들의 존재가 큰 빛을 발휘했다. MBC 대표 예능답게 긴 시간 동안 누적되어온 게스트들 및 프로그램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준 존재들은 무지개 회원으로 새롭게 합류하며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무지개 모임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게스트의 섭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그리워했던 예전 게스트들이 재출연을 하고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일상을 보여주기도 하며 일회성 성격이 짙은 관찰 예능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상과 심지어 그 변화를 함께 하는 듯한 느낌까지 줄 수 있었다. 그들의 일상을 감상하는 무지개 모임 패널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크게 반응하며, 일회성으로 출연한 게스트까지도 무지개 유니버스에 성공적으로 포용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난 8년 동안 만들어온 방대한 무지개 유니버스 역시 나혼산의 위기 극복 비결 중 하나였다.               


논란을 극복하는 방식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지고, 전에는 사소하게 지나갔던 문제들 역시 큰 논란이 되어 떠오르기도 한다. 방송 출연과 화제성이 높은 나혼산 패널 역시 이러한 논란들에 자주 휩싸이곤 했다. 그러나 논란을 대하는 나혼산의 방식은 정말이지, 주목할 만했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이 논란에 휩싸였을 때 그 패널이 하차하는 것이 전형적 대처 방법일 것이다. 물론, 논란의 경중에 따라 달라야 하겠지만, 나혼산의 경우 프로그램 하차를 통해 논란을 잠재우기보다는 논란에 솔직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차 없이 단순히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비디오를 보기 전 패널 간 스몰 토크가 오가는 과정에서 논란의 내용을 타 패널이 잠시 언급하며, 그로 인해 마음고생과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고 위로를 하고 해당 패널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는 등, 논란에 정면 대응해왔다. 섣부른 하차보다 사과로 정면 대응해 온 나혼산의 논란 대처 방식은, 각종 잡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8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나 혼자 산다>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상을 나 혼자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며 매 위기를 극복하고 탄탄한 인기를 유지해왔다. 따로 또 ‘같이의 삶’은 솔로 라이프 중에서도 ‘함께’의 가치를 보여주었고,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했다. 최근 방송된 기안 84의 몰래 카메라 사건에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것에는 나혼산이 굳건히 지켜왔던 ‘함께’의 가치가 배신당하는 듯한 감정도 한몫 했으리라 생각한다. 자극적인 재미도 좋지만, 나혼산의 가치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