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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KyuHyang Lim Dec 02. 2018

스페인 빌바오에 뭐가 있는데요?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공원 같은 도시 .


내가 빌바오에 온 이유도 놀라울 만큼 저 구겐하임 단 하나 때문이었다. 나는 구겐하임이라는 하나의 환상을 쫓아 17시간의 비행을 하고 4시간의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와있다. 나는 꿈에만 그리던 구겐하임 미술관 단 하나를 보기 위해서 이곳까지 왔고 그것이 저 멀리 눈앞에서 빛나고 있다. 기념비적인 멋진 순간이다.





스페인 여행시 주요 인아웃 도시인 마드리드에서 빌바오 까지는 버스 4시간거리로 멀지 않지만 북부 바스크지역의 빌바오에 한번 가게되면 스페인 남부로 다시 건너가기란 많은 정신적 시간적 예산이 소요되기에 스페인 일정에서 배제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축구 이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빌바오는 하루면 충분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빌바오에서 남부인 세비야를 찍고 다시 바르셀로나로 가는 과감한 일정을 선택하였고 그 선택의 중심에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었다.

 



버스 휴게소에서 마셨던 커피, ALSA버스



마드리드에서 4시간의 버스를 타고 빌바오에 도착한 나는 5일간의 도시 강행군 일정으로 지쳐있었다. 버스 지천에서는 알 수 없는 외국어들이 오고 갔고 스페인어로 화장실 조차 읽지 못하는 나는 들을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내려 어느 스페인 조용한 도시의 거리를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터벅터벅 걸어 호텔에 도착했다.




그날따라 유독 크게 느껴졌던 킹사이즈 침대 위에 걸터앉아 한참을 강렬한 무기력증에 시달렸던 이유는 첫 도시였던 마드리드에 적응할때 즈음  또 다른 도시에 홀로 놓여 이곳의 새로운 흥미진진한 것들을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고 생각하자 알 수 없는 고립감과 막막함이 나를 엄습했기 때문이였다. 익숙해 질만 하면 맞이해야 하는 기약 없는 이별을 난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해야 하는지 손가락을 펼쳐 세어보았다. 빌바오,세비야,바르셀로나,발렌시아 아! 런던까지 20일 이상이 남아있다. 고독의 공기로 가득 차 있었던 호텔을 뛰쳐나와 무작정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빌바오의 도시 풍경에서 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 이유는 미술관보다 대도시에는 찾아보기 힘든 일상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강 따라 늘어진 공원에서는 나의심정과는 다르게 너무나 평화롭고 잔잔한 일상이 흐르고 있었다. 선선하고 맑은 날씨와 9월의 선명한 햇살은 저 멀리부터 보이는 은색 건물을 더욱 반짝이고 빛나게 하고 있었으며 이따금씩 들리는 아이들소리 , 강아지가 풀밭을 뛰는 소리 , 바람소리 가 뒤섞인 잔잔한 도시의 음성은 이어폰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게 들렸다.  




이곳에서 아름다움이란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되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소년들 , 삼삼오오 모여 한국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소녀들 ,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 , 유모차를 끄는 젊은 아빠 ,  네르비온 강 위의 요트 위에서 파티를 즐기며 한껏 들떠서 지가는 지상 위의 사람들에게 올라 ~ 하고 손을 흔드는 신난 대학생들 , 길거리에 모여 장난치는 어린아이들,  이들은 저토록 자유롭게 도시의 아름다움의 일부가 되어 춤을 추고 파티를 즐기고 꺄르르 하며 햇살을 만끽하고 있다. 모든 연령대와 성별이 같은 곳에 모여있지만 이토록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운  풍경은 여태 본적이 없다.


정처 없이 걸으며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여러개의 생동감있는 단편영화와도 같았다. 매우 빠르지만 확실한 인상을 주는 여러편의 영화들.  


나는 끝내주는 건축물과 화려한 색감에만 마음을 빼앗겨버리면서도 이렇게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에도 감정이 동요되는걸 보면 참으로 알수가 없다. 빌바오의 건축물은 극도로 멋지면서도 미술관 주위의 강가를 따라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과 일상의 모습은 너무나도 평화로운 두 가지의 상반된 풍경이 공존한다.


조용한 테라스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 , 어딜 가나 맛있는 스페인 북부 음식인 핀초스

강한 햇살이지만 솔솔 부는 바람과 맑은 하늘

길거리의 젤라토 등



지구별에 잘못 안착한 행성 같기도 하다.


3, 구겐하임미술관 이라는 환상을 쫒아.


네르비온 강을 끼고 쭈욱 따라가는 모든 길에 미술관이 보인다. 어느 스페인의 중소도시처럼 베란다가 딸린 5층짜리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하여 있고 길을 걸으면 그 사이에 은색 빛의 구겐하임이 보이는데 2018년의 지구에 떨어진 어떤 행성 같기도 했다.


주요 산업이던 철강산업이 쇠퇴하고 홍수까지 덮친 1970년대 후반부터 쇠락하기 시작한 빌바오는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빈번해졌고 도시 실업률이 심각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페인 정부와 빌바오시, 구겐하임 재단이 만나 미국의 프랑크 개리 (Frank Gehry)의 건축으로 지금의 빌바오가 탄생했다.  가끔은 사소한 것이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쓰러져 가던 도시였던 빌바오도 이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해마다 100만여 명이 찾는 명소로 변화하였다. 문화 예술이 한도시를 탈바꿈시킨 도시재생산업의 사례가 아닐까.



해체주의 (Deconstructivism)건축의 사례로 언급되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 (Frank Gehry) 가 1991년에 설계하고 1993년 착공해 1997년 개관하였다. 건물 외관은 주로 티타늄,석회암,유리 로 이루어져 있으며 프랑크 게리가 빌바오의 하늘을 그대로 담아주는 티타늄을 선호했다고한다.


내가 빌바오에 온 이유도 놀라울 만큼 저 구겐하임 단 하나 때문이었다. 나는 구겐하임이라는 하나의 환상을 쫓아 17시간의 비행을 하고 4시간의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와있다. 나는 꿈에만 그리던 구겐하임 미술관 단 하나를 보기 위해서 이곳까지 왔고 그것이 저 멀리 눈앞에서 빛나고 있다. 기념비적인 멋진 순간이다.





4,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


구겐하임의 모든 것은 거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맨메이드의 극치였다.



빌바오의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사이즈의 거미(마망)가  보인다.

두 번째로는 제프 쿤스의 벌룬.  빌바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던 작품이다.

키치하고 알록달록하기 짝이 없는 풍선이 티타늄의 빌바오 미술관과 함께 있는 이질적인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제프 쿤스의 작품인지 의아할 정도로 거대한 개꽃. 사실 내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외부의 조각에 감탄하는 것만 해도 종일이 걸릴듯한데 내부로 들어서면 제니 홀저의 미디어 마음을 어지럽힌다. 내부의 두 번째 리처드 세라의 방에서 작품을 따라 걸어보면서 비로소 그의 작품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처음 해본다. 공감각이 흐트러지며 어지러웠다.







빌바오의 풍경에 넋을 놓고 쉴새없이 길을 걷다 어느새 하늘의 색채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해질녘의 시간 ,아주 잠깐 하늘이 분홍빛이였던 순간 , 삽시간에 분홍빛의 색이 햇볓에 강하게 빛나던 구겐하임 미술관을 덮기 시작하자

장대하고 곧게 자신의 자태를 뽐내던 건축물도 온순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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