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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전히 애송이 Jun 30. 2024

리더와 의견조율(!) 이후 타깃이 되다

이직하자마자 이직을 생각한 것은


재작년 11월 이직을 하고 부침이 심했다.


이전 직장보다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고, 특히 나의 직속 상사와 생각이 너무 달라서 의견조율(!)을 하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당연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받아들이려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한 일을 마냥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 일에 대해 물으며 시작된 의견조율(!)의 상황이 있은 후 나는 팀원들이 누구나 눈치챌 만큼 상사의 타깃이 되어 눈총을 받았다. 내 일거수일투족에 의심과 감시가 이어졌고, 어떤 일을 어떻게 해도 보고를 하는 족족 부정적 피드백이 날아들었다.(실제로 사이가 좋아진 뒤 똑같이 일처리를 했을 때 너무 좋다며 긍정적 피드백을 받은 일이 있었다)


아무튼 내가 일을 하러 온 건지 수감이 된 건지 헷갈릴 정도였으니. 그리고 무엇보다 상황이 별로였던 건 내가 타깃이 되었다는 걸 팀원들 누구나 알았다는 것이었다. 그녀와 나 모두 똑같이 의견조율(!) 과정을 겪은 당사자인데,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험한 말이나 고성이 오간 것도 아니었건만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던 나와는 달리, 세상에 있는 티 없는 티는 다 내고 다니던 그녀. 오죽했으면 입사 후 줄곧 나에게 요청하던 일을 굳이 그 일과 어떠한 상관도 없는 다른 팀원에게 요청해 내가 건너 건너 전달받은 일도 있었다. 리더라는 자리가 그렇게 쓰이는 게 안타깝고 아쉬웠던 때.  



어쨌든 내가 타깃이 된 기간은 꽤 길어서 두 달 남짓 됐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기분이 풀렸고, 드디어 타깃에서 놓여나게 되었다.(더 엄밀히는 새로운 타깃이 생겼기 때문이겠지만) 사실 이 의견조율(!)과 타깃이 되었던 과정은 내가 입사하고 6개월 안에 겪었던 일이라 그녀와 나 사이에도 서로를 알아가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음이 아닐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가끔씩 울컥 올라오는 억울함은 어쩔 수가 없다.


타깃이 된 당시에는 짜증 나고, 불쾌하고, 때때로 수치스럽다 느끼기도 했는데 퇴사를 한 지금 돌이켜보니 저 의견조율(!)이 없었다면 퇴사하는 그날까지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의견조율(!) 뒤에 지루한 타깃의 나날을 겪긴 했어도 그녀와 나는 그때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분명히 확인했고, 서로의 성향도 더 잘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의견조율(!)이 있었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서로를 대했고 덕분에 나는 처음과 같이 타깃이 되는 정도의 괴로움(?)은 겪지 않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의견조율' 뒤에 "(!)"이 붙는 이유는 좋게 표현해서 의견조율이지만 언쟁에 가까웠기 때문. 하지만 언쟁으로 표현하기에는 당시 분위기가 그리 험악하지 않았으므로 '의견조율(!)' 정도로 표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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