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업 역시, 내 생활의 제일 큰 불편은 택시타기였기 때문에 계속 택시 중국어를 배우기로 했다.
사실 생활에 필요한 중국어는 한도 끝도 없이 정말 많았지만, 식당에 들어가서는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문하면 되었고, 계산서를 받아드니 그대로 그냥 돈을 내면 되었다. 기타 다른 말은 못 알아들어도 크게 손해볼 일이 없었다. 과일가게, 야채가게도 마찬가지였다. 못 알아들으면 계산기에 돈을 찍어 보여주니까 그대로 돈을 주고 나오면 되었다.
지금이야 중국에 디디택시와 웨이씬즈푸 (위챗페이), 즈푸바오 (알리페이, QR코드 페이)로 모든게 해결되지만 2015년만 해도 그런게 하나도 있지 않던 시절이었다.
여튼 두번째 시간도 택시 중국어였는데, 내가 정말 필요했던 건 자주 가는 곳의 지명들, 좌회전, 우회전, 직진 등의 말이었다. 그리고 3월은 한 겨울이었는데도... 차 안에서 담배를 피고 난 후 창문을 열고 달리는 기사님들이 많아 택시만 타면 들이치는 바람에 너무 추워 눈물 콧물 범벅이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창문 좀 닫아주세요도 배우고 싶었다.
수업 시간이 되자 에이프럴이 시간 맞춰 우리 집으로 왔고, 일단 자주 가는 곳의 지명을 같이 발음하며 배웠다.
지우광 (백화점 이름), 한린린리쭝심(야채가게 있는곳), 린뤼광장 (샘스 클럽이라는 외국 제품 많이 파는 마트가 있는 곳), 쭝티엔후판광장 (한국 식당과 마트가 몰려있는 한인타운) 등의 지명을 녹음하고 내 발음도 교정받으면서 열심히 연습을 했다.
갑자기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 그런지 그날따라 힘이 들었다.
그리곤 다시 택시로 돌아와 택시에서 필요한 말을 배우려고 하는데...
나는 정말 간단한 단어들 - 좌회전, 우회전, 직진-만 배우고 싶었는데 에이프럴이 택시에서 좌회전. 우회전. 이런 단어들만 툭툭 말하면 예의없게 들린다며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라면서, 자꾸 그런 단어들을 문장으로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짜이 디이거 홍루등 요완 (이제 나오는 첫번째 신호등에서 우회전이요)
-짜이 쓰즈루코우 죠완 (저기 교차로에서 좌회전이요)
-칭원, 마퐈닌 관창? (실례합니다, 문 좀 닫아 주시겠어요?)
내 머리는 정말이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니까 지명들과 저런 말들을 열심히 녹음해서 외우고 있는데... 그러고 있는데....
앞에 앉은 에이프럴을 보니까 눈이 반쯤 감기고 입은 헤 벌어진 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게 아닌가....
으..으응??
-저 에이프럴아.. 너 졸리니?
했더니 원래 이 시간이 나랑 과외하기 전에는 낮잠 자던 시간이라 너무 졸립단다.
-그.. 그럼 옆에 소파에서 잠시 눈 좀 붙일래?
하고 물어보니 고맙다며 진짜 소파에 가서 누워 자는 에이프럴.
.
.
.
으..음...
그렇게 에이프럴은 코까지 골면서 자기 시작했고 난 차마 그를 깨울 수가 없어서 조용히 옆에서 차만 홀짝였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를 자더니 에이프럴은 수업에 늦었다며 헐레벌떡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나는 그저 웃음만 나왔다. ㅋㅋㅋ 좀 웃겼지만 원래 중국 사람들은 낮잠을 잘 자나? 싶었다.
다다음날, 또 후아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남편은 후아가 정말 여러모로 도움도 많이 되고 훌륭한 학생이라며 맨날 맛있는 걸 사주고 싶어 했고, 후아도 같이 밥 먹는걸 좋아했다.
후아와 밥을 먹으면서 또 에이프럴과 배운 걸 복습도 할 겸 좌회전, 우회전을 선보이려는데 문장이 너무 길고 어려워 잘 생각이 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