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기를 당하는가 (3)
나는 딸이 태어나면서 구입한 낡은 중고 아반떼 뒷좌석에 아내와 젖먹이를 태우고, 자유로를 달려 파주로 향했다. 주말 하루를 온전히 반납해야 하는 일정이었지만, 개미같이 돈만 모으던 우리에게 드디어 자산을 불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조금 흥분해 있었다. 아무리 책을 읽고 고수라는 사람들의 글을 읽어도 현재의 '나'에서 '그들'에게 다다르는 길은 중간이 뚝 끊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 길목에 다리를 놓아줄 사람이 절실했고, 오늘이 바로 그런 사람을 만나는 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파주에 도착해 카페에 적힌 교회 주소를 더듬더듬 찾아갔다. 주변은 온통 농지뿐인 시골이었다. 저 멀리 드문드문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고, 농토 한가운데에는 생뚱맞은 상업 단지가 조성되어 있기도 했다. 어찌어찌 찾아간 교회는 널따란 붉은색 나대지 위에 세워진 조립식 가건물이었다. 크기만큼은 제법 넓었고, 이미 도착한 카페 회원들의 차량이 건물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교회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예배당 안에는 열 사람씩 앉을 크기의 기다란 목제 의자가 여남은 줄이나 놓여 있었다. 이미 도착한 사람들이 자리의 절반 정도를 채우고 있었고, 젖먹이를 안은 우리는 맨 뒷 줄 자리에 조심스레 앉았다. 내가 상상했던 광경과는 전혀 달랐다. '토론을 하고 싶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나는, 둥그렇게 둘러앉아 커피를 들고 대화하는 장면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렇게 백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그'가 등장했다. 말끔한 양복 차림에 구레나룻을 길게 기른 반백의 신사. 누가 보아도 오랜 세월 동안 업계에서 굵직한 일들을 경험해 온 거물 같아 보였다. 연단에 선 그는 사람들을 쓰윽 훑어보며 말했다.
"예배 보러 오신 건 아니지만, 제가 그래도 목사이니 잠시 기도부터 하겠습니다."
속사포처럼 기도문을 능숙하게 읊조리는 모습을 보며, '진짜 목사가 맞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이 모든 건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지게 만드는 장치였다. 불치병, 목회자, 교회라는 공간. 그는 자신이 '아무런 사심이 없는 사람'임을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주입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