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가격은 이렇게 구하세요 (4)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예상되는 연간 현금흐름을 할인율로 나누어 가치를 구하는 이 방법은 매우 단순하면서 도 강력하다. 특히, 투자 대상물의 매력과 위험을 반영하는 주관적 할인율, 즉 'r'의 존재 덕택에 이 방식은 실제 가치 판단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공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현실에서는 'r'을 어떻게 구할까?
이제 이론을 이해했으니, 실제 투자 물건의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앞서 예로 든 월세 100만 원(연 1,200만 원)의 부동산을 떠올려 보자.
지금의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이 조건만으로는 부동산의 가치를 추정할 수 없고, 지역이나 위험성과 같이 'r'을 추정할 수 있게 해 주는 요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r'을 계산해 내어 적정 가치(P)를 계산하는 일 역시도 현실성이 없다.
절대적인 'r' 값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아무리 천재적으로 계산해 냈다 하더라도 개인이 제시하는 가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혹시 당신이 수백만 명의 심리를 움직일 수 있는 인플루언서라면 다르겠지만. 사실 시장의 가격 조작 시도들도 알고 보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r'을 흔드는 일인 것이다.
현실에서는, 지역별로 r값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수익형 부동산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 수익률 몇 %'라는 문구가 바로 그 물건의 'r'이다. 비슷한 지역에 있는 부동산들은 비슷한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급지별로 대략적인 수익률, 즉 r 값의 분포가 정해진다.
서울 상급지 : 2%
서울 변두리 : 3~4%
경기도 핵심지 : 4~5%
지방 중심지 : 7~10%
구미 원룸 : 20%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수치가 보여주는 의미는 간단하다.
안정적일수록 낮은 수익률, 위험할수록 높은 수익률.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위험을 즐기고, 다른 사람은 안정성을 중시한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긴 안목에서 투자하고, 극단적인 위험은 되도록 피하라는 것이다. 세상은 결국 확률로 돌아간다. 위험성이 높다고 해서 언제나 손실을 본다는 뜻은 아니지만, 위험한 선택을 자주 하면 결국 그만큼 손실을 보는 경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얼마만큼의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지에 더하여, 어느 지역에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접근성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지역의 부동산은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상황 변화에 대한 민감성과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눈에 보이는 아는 범위"에서 먼저 시작하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구미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멀쩡하던 지방 중심지가 한순간에 무너진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한 예는 지방 대학가 근처의 건물들이다. 인구가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임계점 근처에 있던 대학들의 폐교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2000년대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대학 근처 원룸 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동안 해당 지역에서는 대장주 노릇을 하며 투자자들에게 많은 수익을 올리게 해 주었지만, 대학 자체가 사라지는 순간 그 지역의 원룸 건물 가치는 사실상 제로가 된다.
두 번째는 지방 산업단지 근처 건물들이다. 수출을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 상,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실은 대한민국 제조업에 큰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위기 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바로 지방에 위치한 산업 단지들이다. 통상 대기업 몇 곳과 수백 수천 곳의 하청업체들로 이루어진 산업단지는, 대기업이 생산을 줄이거나 공장을 이전하면서 한순간에 도시 자체의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 구미 역시 삼성과 LG등 대기업 중심의 전자 산업이 발전하면서 도시가 성장하고 직원들의 생활을 위한 원룸 등 생활시설들이 늘어났지만, 인건비 부담 등으로 대기업들이 생산기지는 해외로 이전하고, 연구 기지는 고급 인재 유치에 더 수월한 수도권으로 옮기는 전략으로 인해 청년층 생산 인구가 크게 유출되고 말았다.
이런 변화들은 근거리에서 직접 관리하면서도 변화의 속도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물며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 건물을 위탁 관리에만 의존한다면 어떻겠는가. 위험은 훨씬 늦게 포착되고,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