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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Feb 21. 2022

보르헤스의 단편 -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고전의 의미 - 차이와 반복, 영원회귀

  보르헤스의 단편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는 창작의 고통 끝에 소설 하나를 완성한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 소설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문장 부호 하나까지 똑같았다. 그러나 단순한 베끼기는 세르반테스의 원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롭다. 왜? 같은 내용이지만 세르반테스와 피에르 메나르가 살았던 서로 다른 시대성이, 해석의 차이를 발생시킨 것. 소설 속에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당대 베스트셀러로서의 의미라면, 그것을 그대로 베낀 피에르 메나르의 작품은 현대소설이면서도 고전의 가치인 셈이다.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의 ‘차이와 반복’은 니체의 영원회귀를 해석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영원회귀에 대한 많은 해석 중 하나, 다시 반복되는 상황이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 고전이 지니는 의미도 그렇지 않을까? 그것이 쓰여졌을 당시의 의미와 그것을 다시 읽는 매 시대의 의미는 ‘차이’로 ‘반복’되고 있는 것.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결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들이 담지하고 있는 미래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매 시대마다 조금씩 다른 각색으로 재해석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아예 스토리 자체가 ‘차이’로 ‘반복’되는 경우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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