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의 올바른 마무리 방법
디자이너로 일하는 지인이 동료 디자이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최근 복귀했습니다. 그는 또 단축근로를 신청해 다른 팀원들보다 한 시간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을 합니다. 그러면서 불만을 토로합니다.
"육아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은 알아, 그런데 대충 일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아이가 아프다고 수시로 지각하고, 오면 조금 있다가 점심 먹으러 가서 한참 있다가 돌아오고, 틈만 나면 다른 엄마 직원들이랑 수다 떠느라 자리 비우고, 퇴근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남편이 일이 생겨 아이를 일찍 데리러 가야 한다고 조기퇴근 해버리고, 출근해서 몇 시간 일 안 하는 날이 많아"
사실 듣기로, 18개월 된 아이 육아는 신경쓸일이 많다고 했습니다. 요즘엔 특히 아이들 잔병치레로 손이 많이 간다고 하니,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은 그래서 힘들다는 것은 경험 하든 하지 않았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지인의 이야기는 놀라웠습다. ‘그런 정도의 근무 태도가 다 양해가 된다고?’ 그건 결코 문화적 차원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도 그 직원의 근태에 직접적으로는 제 지인이, 간접적으로는 유관 부서에서 피해를 보고 있어 '똑같이 월급 받고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게 무슨 특권이냐'라고 모이면 험담을 한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다른 회사를 다니는 친구에게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친구의 팀에도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동료가 있었습니다. 그는 힘들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 자리를 자주 비우며 협업에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일 없이 그저 주어진 일만 대충 처리하고 넘기는 식이라서 주변 동료들의 불많이 많다고 합니다. 집중력이 결여된 업무 태도에 자연스레 과정과 결과에 빈틈이 생기고 그걸 다른 직원들이 메우다가 불만이 폭발해 누군가 리더에게 이야기를 했답니다. 하지만 리더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육아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러니 곧 안정화되겠죠"하며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합니다. 직원들도 그걸 공론화하지는 않는 것이, 육아나 출산 같은 주제는 문제로 이야기하기에 부담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쌓이는 불만이 어디 가겠습니까? 해결되지 않는 불만은 성실한 동료 직원들의 스트레스로, 조직의 저성과로,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부작용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이 또한 제도 정착의 과도기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잠시 있다가 내재화되며 사라질 스트레스성 부적응 일까요? 문제의 정체가 무엇이든, 무엇보다 동료들에게 미치는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화합과 소통을 가로막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대충 해도 된다는 분위기의 확산이나, 그들의 힘듦이 '패션 우울증*'으로 비쳐 정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동료를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등 좀 더 본질적인 문제 말입니다.
*패션우울증: 실제로는 우울증을 겪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마치 옷을 입듯 우울하다는 감정에 몰두하면서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
물론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입장과 상관없이 일은 일대로 성실히 하고, 퇴근해서도 자신의 일상도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도 얼마 전에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팀원이 있는데, 업무 시간에 정말 밀도 있게 일을 해 오히려 상대적으로 일상이 여유로운 동료 직원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대체로 그런 분위기가 되어야 좋은 제도의 문화화가 가능할 것이고, 회사는 직원들이 어떤 입장이든 서로를 이해하고 잘 융화하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례의 두 회사의 경우 조직문화 차원의 노력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를테면, 실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육아휴직 복귀자들에 대해 그들의 직무 단절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집중은 가능한 상태인지, 혹시 조직에서 소외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복지적인 배려는 무엇이 있을지 등 다각도에서 고민하고 조치하는 것 등과 같이 말입니다. 이미 정책적으로도, 공공에서도, 여러 회사들에서도 고민했고, 또 조치하고 있는 그런 배려가 중견 중소 스타트 기업군에도 확산되어 제도가 좀 더 윤택하게 자리 잡기를 희망해 봅니다.
일상이 워낙 복잡하고 호흡이 가빠진 요즘엔, 상실에 무감각해진 채 달려가느라 중요한 것이 있었는지 어떤지 살펴볼 틈도 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HR 플랫폼 원티드 인살롱에 기고되었습니다.
(사진: Unsplash의Sincerely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