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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니스트리 Sep 12. 2024

극한에서 탄생한 일상의 작품

대한제강 작업복 의류 브랜드 아커드(Arkerd) 팝업 스토어 방문기

아커드(ARKERD)의 브랜드 팝업 공간을 체험하기 위해 중구 수표로에 다녀왔다. 아커드는 실제 작업 현장에서 쓰이는 방염 방화 기능이 있는 의류를 만드는데, SNS 게시물에 홍보된 브랜드 스토리와 공간 인테리어가 흥미로웠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스마트 웨어러블 에어백을 만든다. 높은 위치에서 작업하던 사용자가 사고로 인해 추락할 때 센서가 이를 감지해 즉시 에어백을 부풀려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주는 안전 의류로,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에 두루 쓰임이 있다. 아커드는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큰 카테고리 안에서 그 목적이 비슷하고, 더 오랜 역사와 현장 노하우가 있어 전반적인 분위기와 디자인 철학을 참고하고자 했다.


불과 열에 강하다


브랜드 스토리


아커드는 대한제강이 만든 의류 브랜드다. 철강 제조사가 의류를 만든다? 얼핏 엇박자나 부조화처럼 느낄 수 있지만 아커드는 오래 쌓인 경험이 만든 본질과 디자인 감각이 만나면 여러모로 훌륭한 작품이 된다는 등식을 증명한다. 쓸모는 적으면서, 어설프게 디자인 요소만을 차용한 패션템들과는 다른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커드는 현장 근로자가 입는 작업복이 시작이었다. 제철소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일하는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이 설계됐고, 질기고 열에 강한 방염 소재를 사용했다. 따라서 안전과 실용이라는 분명한 목적에 디자인을 입혀 옷과 안전화를 만든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철강회사 대한제강이 만든 워크웨어 브랜드 아커드. 가장 뜨겁고 더운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안전하게 일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브랜드는 위험한 작업 현장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개인보호장비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를 제작한다.

출처: eyesmag (https://www.eyesmag.com)


팝업 공간


입구는 좁았지만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모두 담았다. 입구에 방염 재질의 옷과 헬멧을 착용한 마네킹이 서 있었고, 팝업을 알리는 포스터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안을 궁금하게 했다.



폭이 3m 남짓한 작은 공간은 매트한 스틸을 적절하게 사용했고, 끓는 용광로와 단단한 쇠가 있는 현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미디어월로 제강 과정을 입체감 있게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스크린을 통해 제품의 테스트 과정을 보여줘 실제 걸려 있는 제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공간은 폭이 좁은 대신 깊어 최대한 효율적으로 제품과 미디어를 배치했고, 2층과 3층도 각각 다른 용도로 공간을 열고 있었다.



2층에 올라가자 더 많은 의류가 걸리고 철망으로 두른 전시 공간에 제품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걸린 의류는 대체로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두께가 적당하고 가벼워 작업복으로 좋아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공방이나 캠핑장에서, 혹은 바이크 라이딩을 할 때도 입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제품이 많지는 않았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만듦새가 좋았다. 일부는 사서 실제로 입어보고 싶은 유혹이 들었다. 디자인도 디자인인데, 기능, 특히 주머니들의 배치가 전체적인 균형에 난잡함 없이 잘 융화된 느낌이었다.


앞치마에 계속 눈길이 가 결국 지갑을 꺼내고야 말았다. 같이 간 동료는 '그걸 어디에 쓰냐'며 말렸지만, '다 쓸 데가 있어 사지 걸어두려고 사나' 하는 마음에(사은품도 두둑이 챙겨준다는 말에 혹해서) 결제를 했다. 조만간, 그리고 오랫동안 쓸 날이 기다려지는 그런 아이템을 얻은 것에 만족.



명품 아커드


항공기 엔진을 만들던 회사가 이를 자동차에 접목해 BMW가 탄생됐고, 여행에 많은 짐을 소지하느라 고민인 귀족들 대상으로 나름의 노하우가 담긴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하며 명성을 쌓다가 여행용 캐리어를 만들며 명품 가방 메이커가 된 루이비통이 있다. 오염에 강하고 질겨 산업화 노동자들의 의류 소재가 된 데님(denim)을 적용한 '청바지'의 대표 브랜드 리바이스와, 오토바이 주변용품을 만들던 홍진기업이 안전모 회사를 인수하며 전 세계 1위 점유율의 명품 헬멧 브랜드 HJC를 탄생시킨 것을 대표적으로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하며 좋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는 '현재와 시작이 맥락을 공유하는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접목이 가능하려면 그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비록 알려진 명품은 아니지만, 70년이 넘는 오랜 시간 철강 노동자들을 보호한 아커드는 쓰기에도 보기에도 좋은 제품을 만드는 양품을 만드는 브랜드임을 알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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