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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대로 Jun 16. 2022

영국 석사 (내가 아는 한에서)
A to Z - (1)

지원 과정

현재 나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코스명은 MRes Biodiversity, Conservation & Evolution. 생물다양성, 보전/진화 생물학을 배우고 있다. 

 

빼꼼. 캠퍼스는 본관 외에는 정말 볼 게 없다. 일반 건물들 사이에 학교 건물들이 띄엄띄엄 섞여있다.


지원 과정 


코스는 보통 9월에 시작한다. 1년짜리 코스다. 지원은 전해 연말부터 당해 봄 사이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영국에 가기로 마음먹은 시점이 이미 연초였기에 시간이 촉박한 편이었다. 급한 대로 유학원을 찾았다. 유학원에서는 내가 노려볼만한 수준의 학교들 중 내가 원하는 코스를 제공하는 학교들을 찾아주었고 각종 서류에 대한 검토와 안내를 도와주었다. 대략 100만원쯤 들었던 것 같다. 내 스펙과 학점으로 옥스브리지 (옥스퍼드 + 케임브리지)는 죽었다 깼다 죽었다 깨도 무리였다. 무엇보다 지원 시기가 이미 지나간 뒤였다. 부랴부랴 자소서와 영어 성적, 이력서를 준비해서 리즈, 엑시터, 에든버러, 글라스고, UCL (University College London) 그리고 ICL (Imperial College London)까지 총 여섯 군데 대학원에 대한 지원을 3월 초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리즈는 3일 만에 조건부 합격 메일을 보내왔다 (지원 당시 학부를 졸업하기 전이었는데 최종 학점 3.5 이상의 졸업증을 제출하라는 조건). ICL은 한 달 뒤 떨어졌고 UCL을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도 비슷한 시기에 좋은 소식을 보내왔다. 가장 가고 싶었던 UCL은 기가 막히게도 6월 말이 되고 나서야 답을 보내왔다 (이때 나는 눈치채고 도망쳐야 했다). 합격이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3.3 ~ 3.5 이상의 최종 학점을 요구했다. 아마 ICL은 학점 때문에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최종 학점이 3.55였는데 이 학점으로 UCL을 간 건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모집 요강에 최저 기준은 3.5지만 대부분 그 이상 (4.0 이상)이 합격선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올해 미달 난 거 보면 그냥 나 때도 미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특수?).


영어 성적은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던 거 같은데 나 같은 경우 아이엘츠라는, 영국 유학 갈 때 외에는 크게 쓸모가 없는 시험을 택했다. 나는 한글을 읽고 쓰는 것보다 영어를 먼저 배운 반쯤 영어 원어민이다. 객관적으로 한국인 평균에 비하면 영어를 잘한다. 군에 있을 당시 토익 900점을 넘겨오면 외박권을 준다길래 몇 문제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가서 만점을 받아왔다. 아이엘츠는 구성이 토플과 굉장히 비슷해 보였다. 토플은 절대적인 영어 실력보다 연습량과 시험에 대한 이해도가 점수를 따는데 더 중요하기에 아이엘츠도 나름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연습을 했다. 시간 상 시험을 볼 찬스가 몇 번 없었기에 (그리고 응시료가 터무니없이 비쌌기에) 만에 하나라도 망칠 수는 없었다. 영역별 (리딩,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 점수와 종합 점수가 9.0만점에 0.5점 단위로 나온다. UCL의 경우 요구 점수가 영역별 최소 6.5에 종합 점수 최소 7.0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라이팅 6.5에 종합 7.5라는 점수를 받았다. 정말 당황했다. 이렇게 낮은 점수를 영어 시험에서 받아본 적이 없었다. 설마 기준 점수를 못 넘길까 싶었는데 평소처럼 아무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대학 서열을 보자. 전공과 시기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옥스브리지가 모든 면에서 다른 대학들 위에 절대 군림한다. 그 밑에 런던 3형제 (LSE, UCL, ICL)와 몇몇 특히나 우수한 지방 명문대 (바스, 워릭, 세인트 앤드류스 등)가 자리한다. 그리고 러셀 그룹이라고 각 지방 도시를 대표하는 대학들이 속한 연합이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다. 다만 우리가 무슨 주문 외우듯 (서카포연고서성한중경외시건동홍국숭세단…) 대학 서열을 따지는 것과 달리 이곳 사람들은 크게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느낌이다. 옥스브리지를 가는 게 아닌 이상 그냥 적당히 지역 명문대에 진학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우리와 달리 모든 명문대가 다 런던에 모여 있지도 않다. 당장 옥스브리지부터 정말 작은 동네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등수에 목을 매는 조선인이기에 리즈와 UCL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코스 내용은 리즈 쪽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2주짜리 케냐 현장 학습이 포함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코스 소개 영상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온갖 동물들을 실제로 보고 만지며 연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을 들인 티가 났다. 반면 UCL 쪽은 설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짧은 코스 소개 문구와 과목명 목록 정도가 전부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학교 이름값과 런던 생활 쪽을 택했다. 당장 작년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거의 모든 학교에서 전 과정이 다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 올해라고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었다. 기껏 리즈를 갔는데 온라인이면 그야말로 낭패였다. 라고, 그냥 좋은 학교를 가고 싶은 내 마음을 합리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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