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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Nov 08. 2024

94세 할머니와의 대화를 읽고

바로 엄마에게 전화했습니다

Getty Images For Unsplash+


어제 94세 할머니와 식사를 하면서 그때쯤의 나이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인터뷰한 글을 읽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나이가 많은 어르신과의 대화에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되는 것은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하지만 거의 모든 대화에 죽음이라는 이미지가 깔려 있었습니다.


놀랍지는 않지만 그런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앤’이라고 칭하는 그 할머니가 최근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이라고 합니다. 친한 친구 한 명이 지난달에 돌아가셨고, 그의 배우자는 현재 움직이지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죽은 아내 없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들을 제외하면 모든 친구들이 다 떠났기에 외로움이 크다고 설명하네요.


그나마 두 아들과 그 손녀 손자들, 거기에 손녀들의 증손녀까지 종종 찾아와 주어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5년 전에 남편이 떠나고 나서는 금융이나 다른 모든 것을 아들들이 돌봐주고 있다고 합니다.


끝에 대해서 걱정은 없냐고 묻자 바로 “죽음에 대해서?”라고 익살스럽게 받아칩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마주하게 되는 것. 거절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으니 그냥 수긍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는 말. 남편이 죽을 때처럼 온 가족이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손을 잡고, 안아주고 하는 그런 죽음이길 희망한다고 합니다.


글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음, 엄마, 나야. 오늘 점심 같이 먹을까? 

아, 안돼? 그럼 내일은? 

돼? 그래, 그럼 내일 우리 둘이서 점심 먹자!


그리고 오늘 외대 앞 서가네 정육식당에서 소고기 해장국을 먹고 왔습니다. 여기가 나물 반찬이 맛있어서 엄마와 저 둘이 먹을 때는 가장 자주 찾아오는 식당입니다. 정육 식당이라 그런지 소고기 해장국 안에 고기도 푸짐하게 들어갔고요, 단돈 1만 원. 점심때는 줄 서지는 않지만 모든 자리가 들어찹니다.


오늘은 오직 엄마의 말을 경청하리라! 

다짐하고 만나서 최근에 뭐 했는지, 누구랑 만났는지 열심히 들었습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학교에 올해부터 나가기 시작했는데 70대 중반인 엄마가 막내뻘이라고 하네요. 얼마 전에 소풍을 갔는데 대형 버스 4대가 출발했다고 합니다. 요즘 주변에서 노인학교를 모두 폐쇄하는 분위기라서 외부에서 많이들 교회의 노인학교로 오신다고 합니다.


2만 원짜리 갈비탕도 무료로 대접받았다고 자랑하십니다. 교통비(버스대절 비용)만 들고 오면 관광까지 무료니 이 얼마나 좋은가! 자랑을 하시네요. 당연히 아버지는 노인학교 안 오십니다. 할머님들이 훨씬 많으시죠. 할아버지들은 할머니들이 많이 모인 곳은 조금 무서워하시는 듯?


젊었을 때 교회 봉사와 여러 업무를 많이 하시던 세대가 이제 나이 들어 은퇴하고 소일거리 삼아 교회에 나오는 것을 보면 참 세월이 빨리, 많이 흘렀다고 말씀하십니다. 당시에 엄마가 선생님으로 가르쳤던 학생들이 이제 늙은 자신들을 돌보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하시네요.


어제 돌아가신 저의 할머니의 기일이어서 성묘 다녀오셨는데 아버지의 형제들이 이젠 그럭저럭 서로 웃기면서 어울린다고 합니다. 둘째 작은 아버지는 미국 이민 가셨다 30년 만에 돌아오셨고, 막내 작은 아버지는 거의 20년을 중국에서 사업하시다가 돌아오셨으니 사실 다시 만난 초반에는 서로 어색했다고 합니다.


이제 다들 70대에서 80대가 되었으니 젊을 시절 투닥거린 일은 웃어넘겨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시면서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시집살이 톡톡히 시키셨던 뒷담화는 한마디 하시곤 하죠.


엄마, 평안하게 90대까지 쭈욱 가보자. 

이제 아들들이 속 썩 일 나이도 아니고 둔한 아버지 가끔씩만 챙기고 엄마 자신을 더 많이 챙기도록 해요. 

사랑합니다~


오늘의 질문: 오늘 사랑한다고 말해드려야 할 어른이 계신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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