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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나의 어머니

by 케빈은마흔여덟

단내 가득한 가을 과실 맛볼 새도 없이

알록달록 단풍 산 눈에 담을 틈도 없이

냉기 어린 겨울, 눈앞까지 성큼 다가왔다


태어나자마자 별이 된 네 명의 형제들

생사의 갈림길, 가까스로 살아낸 아이

3년이나 늦게 삶의 시작을 인정받았다


꼬불꼬불한 파마머리에 감춰진 상처는

그 시절 살고자 했던 그녀의 몸부림이었고

형제들을 앗아갔던 시린 고통의 증표였


두 번째 삶이라고 생각하셨을까, 나의 어머니

부족한 자식들을 위해 피와 살을 내어주고

대쪽 같은 남편에 대한 헌신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세월의 화살은 비껴가지 않았

희생은 자상처럼 깊어진 주름을 남겼다

견디고만 있기에는 상처가 너무 깊었다


참았던 울화가 터져버린 듯 피를 토하고

어지러운 현실은 약해진 기력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겨울은 여지없이 또 찾아왔다


함께 뿌리를 지탱하던 평생의 동반자는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온기를 잃어가고

모질게도 어머니 삶에 한기를 더했다


기약 없이 고통을 버티기만 하는 삶

입바르게 오래 살아달라는 이기적인 말

말해도 되나, 삼켜야 하나 무기력하다


또 한 번 다가온 시린 계절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희망 담은 바람

추위는 짧고, 온기가 오래 머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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