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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EN Jul 17. 2019

내 것인 줄 알았는데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늘 주변에 사람이 많았어.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호감이 생길수록 그들과 조금 더 어우러지고 싶어서
마음의 틈을 열어 놓게 되더라고.

그럼 그들은 나의 틈으로 나는 그들의 틈으로 들어가서

남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들고 친밀함을 이어가지.
가끔은 원하지 않아도 서로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맞추어 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나는 이런 친밀한 관계를 많이 맺는 것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 

좋은 사람들과 친밀하게 어울리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런데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듯이

그들과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그들에게 사용해야만 했어. 

가까워질수록 서로에 대한 원함이 많아졌고, 그것들이 불만족스러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밀어내는 경험도 많이 했거든. 

그때 깨닫게 된 건 
그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는 거야 


나는 내 것이니까

나에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내것은 여전히 내 것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런데 어느 순간 내 것을 찾으려고 유심히 들여다봤더니,
내것은 없고 다른 이의 것들만 가득 차 자리를 잡고 있더라고. 
친구의 것, 연인의 것, 가족의 것...
어느 순간 나로 사는게 아니라 내게 주어진 역할로만 살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들의 만족과 나의 만족을 맞바꾸며 살고 있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힘이 들었었구나.
라고 생각하니 그제야 내 것을 찾고 싶은 의지가 생기더라고. 

우리는 매일 아침 어떤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기도 해.
아이를 품은 엄마와 아빠로, 학업에 찌든 학생으로, 승진을 앞둔 직장인으로, 늙어진 노파의 부양자로 말이야.  
주어진 역할로 하루를 살다가 잠시라도 시간을 갖으려 하면 피로감이 몰려와 다시 잠이 들곤 하지. 

시간이 없어, 너무 바빠, 쉬고 싶어.. 이런 말 이유 없이 투덜대는 말 같지만 말이야.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는 거더라고.

그래 맞아.
주어진 역할 안 하면서 살 수는 없어. 
그러나, 내가 우선인지 역할이 우선인지는 결정할 수 있지.

처음에는 내 것이었을지는 몰라.
그런데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호되게 아파보고서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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